‘철(鐵)의 여인’들의 개혁 몰이에 철밥통이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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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鐵)의 여인’들의 개혁 몰이에 철밥통이 깨진다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3.12.2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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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할 때 국민들은 시련 속에서 단련된 강인함과 여성의 섬세함이 어우러지는 내유외강의 정치력으로 ‘국민행복시대’를 개척하기를 기대했다.

“좌파 후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노장층이 총궐기해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투표장에 몰려가 박 대통령을 뽑았다. “극좌파 득세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며 여성 대통령을 뽑고 “시대가 박근혜를 불렀다”며 환호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통용되던 남존여비·가부장제(家父長制) 유교문화권 사회에서 여성 대통령의 출현은 세계적 뉴스였다.

박 대통령은 대선불복을 깔고 1년 내내 벌인 민주당 국정원 댓글 시비에도 54%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양성평등 추구 새조류를 타면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는 신화창조에 나섰다.

‘국민행복’이란 굵직한 알들을 낳으려는 시도에 장애물들이 돌출했다.

박 대통령의 지난 1년은 ‘범좌파세력과의 전쟁’으로 점철됐다.

제도권 정당 민주당은 장외투쟁까지 벌이면서 무력화공세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 운동권들이 ‘사퇴촉구’ 릴레이를 펼쳤다.

극좌파 민노총 산하 코레일 노조가 돌연 총파업에 돌입해 ‘박근혜 정부’ 무력화 투쟁에 가세하고 있다.
3만명의 거대조직 코레일의 직급구조는 1급에서 7급까지. 1~3급 2000명은 평균 연봉 8000만원, 4~6급 평균연봉 5600만원 등 1~7급 평균연봉은 6700만원. 삼성전자 다음가는 고임금 ‘신(神)의 직장’이다.

내년 공무원 급여 인상율이 1.7%로 예정되어 있어도 코레일 노조는 6.7%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파업철회조건은 ‘철도 민영화 포기’이다. 이들은 코레일의 자(子)회사로 수서발 KTX운영사를 설립하는 것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또 민영화는 대기업 특혜와 공공성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결사반대해 왔다.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 철회의 대안으로 내놓은 자회사와 코레일과의 경쟁체제는 민영화의 연막전술이라며 파업명분으로 내걸었다.

이들은 철밥통은 지키면서 경쟁체제가 싫다는 거부감을 표시한다.

자동승진이 보장되는 특대형 철밥통을 지키려고 ‘기득권 노조’가 파업굿판을 벌이고 있다.

코레일의 부채는 17조6000억원.

매일 하루에 무는 이자만 12억원. 국민들은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귀족노조’는 월급동결은커녕 6.7%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당에 앉자 휴대폰 문자로 날리는 인사청탁 종착지가 대부분 코레일 같은 공기업이다.

지난달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공기업(公企業) 파티는 끝났다”며 철저한 개혁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공기업은 공공성과 외부효과가 커서 사기업이 하지 못해 국가가 경영주체가 되는 사업체이다.

한국의 공기업은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 ‘낙하산 CEO’로 망가지고, 노조의 놀이터가 되었다.

막가파식 경영으로 비효율성이 누적되고, 빚더미에 올라앉자 국민경제의 짐이 되었다.

2012년말 293개 공기업의 부채는 493조4천억원. 국가채무 443조7천억원을 크게 웃돈다.

사기업(私企業)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도산위기를 극복해 가는데 공기업들은 빚더미 위에 올라있어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한국의 공기업이 ‘신(神)의 직장’으로 계속 존재한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은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됐다.

1980년대 영국은 지나친 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고비용·저효율·경쟁력 약화가 불러온 영국병(英國病)을 앓고 있었다.

‘철(鐵)의 여인’ 대처 수상은 투철한 신념과 엄격한 법치에 더해 정교한 실행 전략으로 20만명 조합원의 최고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석탄산업에 ‘개혁의 칼’을 들이댔다.

탄광노조는 1984년 3월부터 1년간 마라톤 파업을 벌이면서 대처 수상과 맞섰다.

‘노조왕국’의 폐해를 체험한 국민들은 대처 수상의 편이 되었다.

대처 수상의 363일간의 합리화 공세에 석탄노조가 무릎을 꿇었다.

대처 수상의 거침없는 공기업 민영화로 영국병을 치유했다.

코레일 노조와 의사회 등 대표적 기득권 집단의 민영화 반대는 ‘철밥통 수호’에 다름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4년 코레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사장을 ‘개혁의 불쏘시개’로 투하했다.

최연혜(57) 신임사장은 철도청 차장 등 20년 넘게 코레일에 종사한 ‘철(鐵)의 여인’.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철도경영학을 전공한 학구파이다.

최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혁신적 행보로 안전문화 정착에 나섰다.

사고가 나면 즉시 직위해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적당주의 조직문화 개선에 주력했다.

그는 비용절감과 수입증대로 ‘2015년 흑자달성’이란 경영목표를 내세웠다.

노조가 불법파업에 돌입하자 즉각 ‘직위해제’·‘손배소송’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비정상화의 정상화’ 의지에 발맞춰 코레일 노조에 정치파업 척결에 착수했다.

이제 국민들도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분쇄되게 각종 불편도 참아 나갈 각오이다.

1981년 미국 항공관제사들이 불법파업에 나서자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전원 해고는 물론 연방공무원으로의 재취업까지 봉쇄했다.

그는 법치확립에 단호했다.

미국민들은 1년 넘게 계속된 국내선 이용 불편도 감수하면서 레이건 대통령을 지지했다.

‘박근혜-최연혜’ 철의 여인 조합은 공기업 개혁저지 기득권 세력인 코레일 노조와 벼랑끝 대치를 벌이고 있다.

‘삶의 철학자’ 노자는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柔能制剛·弱能勝强)’고 했다.

강력한 기득권 세력 코레일 노조가 부드럽고 약해보이는 박근혜 대통령-최연혜 사장조(組)를 이길 수 있을까.

‘암탉이 울어야 알을 낳는다’고 한다.

민영화 거부 등 좌경이념에 찌들고 탐욕스런 장닭들이 조폭적 파워를 과시한다.

대규모 집회를 갖고 “민영화는 요금 폭탄을 부른다”며 생쇼를 벌이고 있다.

국민들도 민노총 등 좌파 기득권 수호 노조들의 철밥통 지키기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철밥통 코레일 노조는 백기 투항으로 무너질 것이다. 그네들이 파업명분으로 내세우는 ‘민영화 저지’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국민의 철마(鐵馬)이기를 포기한 이기주의는 필패를 부른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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