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시설도 '기피시설' 취급…탄소중립 현실화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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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시설도 '기피시설' 취급…탄소중립 현실화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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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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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2045년까지 석탄발전 0(제로)'를 위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기피시설'로 여겨지면서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태양광, 풍력에너지 시설 설치 과정에서 환경파괴 문제가 지속 제기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KEI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환경영향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 2017년 말 발표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서 정부가 도입을 계획했던 '계획입지제도'의 중요성과 보완점을 지적하고 있다.

계획입지제도는 광역 지자체에서 발굴한 재생에너지 적합 부지를 정부가 승인해 민간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개발계획 수립 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지만, 야당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계획입지제도가 마련된 배경에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유지를 둘러싼 사회갈등이 존재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환경부의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안)'(LEDS),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등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바탕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포함돼 있다.

환경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LEDS 추가 검토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65%에서 최대 80%까지 끌어올리되, 석탄 발전 비중을 0%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이달 23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은 더 나아가 2045년까지 석탄발전 제로화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주, 청송 등에서는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산사태 발생과 취수장 오염 등으로 자연이 훼손되고,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며 몇 년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기록적인 집중호우 당시 태양광 난개발로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논란도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와 여당은 산지 태양광 사고 건수가 올해 산사태의 1%, 전체 산지 태양광의 0.1%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설 경남과 전북 지역 해안가 주민들도 어획량 감소 등을 우려하며 풍력 발전 시설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대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사회갈등을 쉽게 풀지 못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KEI 연구진은 "지역 주민들은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을 환경 훼손과 주거환경 영향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며 "과거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개발과 이로 인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 여당은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재시도하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법을 다시 발의했다.

그러나 KEI 연구진은 원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계획입지제도 시행과 함께 지역에 맞는 설치 가능지역을 사전에 계획하고, 계획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치 가능지역 사전 계획은 발전원별로 다른 입지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풍력 발전은 대양광 발전보다 발전설비 면적 대비 발전량이 뛰어나지만, 바람이 비교적 많이 부는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또 저주파 소음, 조류 충돌 등 주민 불편 문제와 환경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지역주민 의견 수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본보기로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 하펠란트-플레밍 군 지역연합에서 실시했던 '풍력발전 지역계획제도'를 제시했다. 지역연합은 풍력발전 입지가능지역을 지자체의 분석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주민 공람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안이 결정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정보공개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주민 반대 등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서 어기구 의원의 개정안을 검토보고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송대호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지자체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 수립 의무화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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