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별세에 조용한 영화계…추모 반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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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별세에 조용한 영화계…추모 반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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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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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1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기덕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1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내 영화계는 공식 추모입장 없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개인적인 추모 글은 이따금 발견되지만 영화계 주요 단체의 애도 성명이나 논평은 나오지 않았다.김 감독의 미투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2일 "김 감독은 조합 소속이 아니다"라며 "비보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프로듀서조합, 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등 영화계 주요 단체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김 감독이 자신의 성폭행 혐의를 폭로한 여배우와 이를 보도한 언론을 고소했을 때 "2차 가해를 멈추고 자성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추모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기생'’의 영어자막 번역가로도 유명한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누군가 실제 삶에서 그런 끔찍한 폭력을 사람들에게 저질렀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며 한국 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온 영화평론가 피어스 콘란도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영화에 대한 그의 공헌은 잊혀서는 안되겠지만, 그의 괴물과도 같은 성폭력의 희생자들 역시 잊혀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전날 별세 소식을 듣고 추모글이나 애도 성명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지만 호응이 좋지 않았다"며 "미투 논란 등으로 다들 언급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고인은 2017년부터 여배우 폭행과 성폭력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2017년 여배우 폭행 혐의로 고소돼 이듬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전 세계적인 '미투' 파문 속에 그와 영화를 함께 했던 여배우·스태프들이 각종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고 폭력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방송사와 여배우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그해 검찰은 방송사와 여배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 뒤 김 감독은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7)을 끝으로 한국 영화계를 떠나 줄곧 해외에서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디졸브(Dissolve)'라는 러시아어 영화를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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