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기록 돌아보니…한마디로 "총체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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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기록 돌아보니…한마디로 "총체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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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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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알' 정인이 사건 재조명→국민적 공분
신현영 의원·김민철 의원 등 사건 기록 공개
경찰 등 유관기관 '실기' 밝혀지면 비판 커져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지난해 10월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둘러싼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와 처리 과정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결국 모든 유관기관들이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인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정인이 사건을 다룬 이후 한 주 동안 정인이에 대한 앞선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의 구체적인 내용, 당시 경찰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의 대응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기관을 상대로 한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정보 요청과 언론 취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다.

지난 7일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5월25일과 6월29일, 9월23일의 경찰 대응을 공개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홀트가 지난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대응한 '진행 기록' 등 사후관리 자료 등을 공개했다.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25일 처음 접수됐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의료진 등이 허벅지 양쪽에 멍이 든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신고 당일 입양모 등 양부모는 아보전에 "오다리를 교정해주려고 마사지를 해줬다"고 진술했다. 몸에 있는 상흔이나 긁힌 자국은 아토피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했다. 홀트는 이튿날 정인이 집을 방문햇지만, 멍 자국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면서도 아동 양육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하도록 안내만 했다.

아보전의 신고로 양천경찰서도 사건을 인지했지만, 지난해 6월10일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홀트에 전한다. 당시 경찰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은 멍든 것과 몽고반점, 아토피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판단과 달리 양부모의 '방임'을 의심한 아보전의 사례 관리가 이뤄지던 지난해 6월29일 2차 신고가 접수됐다. 양부모 지인이 '양모가 정인이를 차 안에 30분가량 혼자 둔다'고 신고한 것이다. 아보전 담당자는 2차 신고가 있기 며칠 전 어린이집을 방문했다가 정인이가 쇄골 주위에 실금이 생겨 2주간 깁스를 한 사실도 파악했다.

양천서는 2차 신고 날 정인이, 양모, 양부 등을 만나 현장조사했다. 홀트도 지난해 7월2일 정인이네를 재방문해 양모를 만났다. 양모는 홀트 측에 '자꾸 엎드려 자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고, 이에 홀트는 범퍼침대 등을 알아보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2차 신고 건을 한달 보름 정도 수사해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8월12일 검찰에 송치했다. 7월 정인이를 진료한 원장이 '쇄골 골절을 학대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 진술이 경찰의 불기소 의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같은달 21일 아보전도 같은 내용의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9월18일 홀트에 정인이 입양모의 연락이 왔다. 그녀는 격앙된 말투로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홀트 측 상담원은 "목이나 입안에 염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소아과 진료를 봐라"고 했다. 그러자 장씨는 '당일 오후에 일정이 있고, 토요일은 입양가족 모임이 있다'고 말했고, 상담원은 '소아과에 가기를 꺼려한다'고 판단했다.

학대 의심 마지막 신고는 이후 며칠 뒤인 지난해 9월23일 낮 12시에 접수됐다. 신 의원이 입수한 경찰 녹취록에 따르면 소아과 의사 A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1~2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아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다"고 설명했다.

신고 당일 경찰과 아보전 조사팀이 오자 양부모는 억울해하며 눈물까지 흘리며 '얼마 전 소아과 진료를 받았는데, 입안에 상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25일 아보전은 양부와 함께 소아과를 재방문했지만, 학대 소견을 듣지 못해 또 '혐의없음'으로 판단한다. 경찰은 아보전이 수사 의뢰를 안 했다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인이는 그 다음달인 10월13일 숨졌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정인이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봤다.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학대 의심 신고는 모두 폭행이 이뤄지고 있던 시기다.

정인이가 숨진 후 약 세달 만에 구체적으로 밝혀진 당시의 기록들은 경찰 등 유관기관의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경찰 대응에 대해 "멍인지 몽고반점인지 분간이 불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고쳐야 될 것과 제도로 개선해야 될 것을 두 가지로 나눠서 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의 미비 이전에 담당자들의 부주의 등 실수가 있지 않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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