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고용보험, 상한 기준 10억?…"사실상 무의미" 재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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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고용보험, 상한 기준 10억?…"사실상 무의미" 재계 강력 반발
  • 김희영 기자
  • 승인 2021.02.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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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건보료 상한과 동일한 30배 적용안 제시
연 보수 환산 시 10억 원…재계 "사업주 부담 커"
제도 안착에도 무리 줄 듯…"적정수준 논의 필요"

정부가 특수근로형태 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료 상한 기준을 건강보험과 동일한 30배로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보험료 상한을 30배로 둘 경우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특고 종사자의 연 보수는 약 10억원이다.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이 200만~400만원대에서 형성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상한 기준은 무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 특고 종사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적정 상한 기준을 요구했던 재계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7일 노동계와 경영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사 및 전문가, 정부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 개선 TF에서 이 같은 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특고 고용보험과 관련해 상한 기준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전체 특고 직종에 동일한 상한 기준을 두고, 구체적 기준으로 2개 안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효과는 대동소이하다.

첫번째 안은 현재 건강보험료 상한 수준과 동일하게 가입자 보험료 평균액의 30배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보험료 평균액 4만4000원을 기준으로 월 보험료는 134만원이 된다. 연 보수로 환산하면 약 10억원이다.

두번째 안은 보험료 평균액의 20배 또는 10배를 적용하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 보험료는 월 89만원 연 보수는 약 6억원이다. 후자는 월 보험료 44만원에 연 보수로는 약 4억원에 해당한다.

사회보험료에 상한을 두는 이유는 추후 연금, 구직급여 등의 지급 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상한없이 내는 만큼 돌려받게 된다면 고액연봉자에게 보험 혜택이 쏠릴 수 있다.정부로서도 보험료를 거둬들일 수 있는 소득 구간이 높아 재정 부담이 적다.

같은 취지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제도에서는 각각 가입자 평균 보험료의 2배, 30배의 상한을 둔다. 이를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국민연금은 503만원, 연 보수총액 약 6000만원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월 소득 9961만5293원, 연 보수총액은 약 12억원이다.

보험료 상한은 특고 고용보험 입법과정에서 유일하게 반영된 경영계 의견이다. 경영계가 노동시장 진입과 탈퇴가 용이한 특고 종사자들이 실업을 반복할 경우 임금근로자들이 낸 고용보험료가 쓰일 우려를 제기하면서 실업급여 계정 분리, 고소득 특고에 대한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한 보험료 상한액 기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경영계는 특고 종사자의 월 평균 소득이 200~400만원대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해 국민연금과 유사한 수준의 상한 기준을 건의했으나 정부 측에선 소득 재분배라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입각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취지가 퇴색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30배 상한이 적용되면 연 보수 10억원 이하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료에 대해 사측이 일정 부분을 부담하게 된다. 동일 기준(30배)을 임금근로자에게 적용하면 2019년 기준 전체 가입자의 0.004%(502명)만이 상한을 적용받는다. 임금근로자보다 소득이 불안정한 특고 종사자의 경우 절대 다수가 상한 기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직종별 임금 분포에 따르면 특고 종사자 14개 직종의 월 순소득은 100만원~400만원 대에서 형성된다. 대리운전기사가 143만3000원으로 가장 적고 화물차주가 463만6000원으로 가장 높다.

정부는 특고 종사자의 보험요율도 임금근로자와 동일하게 1.8%를 적용하고 노사 각 0.8%를 부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이 경우 사업주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재계는 우려한다. 재계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직접적 지시를 내리기 어려운 특고 종사자의 경우 사업상 파트너 관계에 가깝기 때문에 분담 비율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안에 대해 "안하느니만 못한 안"이라며 "(국민연금에서) 평균 소득을 220만 원 정도 잡고 있으니 고용보험은 450만 원으로 상한을 두는 것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얘기했는데 사회보험 원리에 어긋난다고 하더라. 건강보험과 동일한 기준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특고와 사업주 당사자에 대한 과도한 비용 부담이 제도 안착을 지연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총 관계자는 "사회보험 제도가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선 보험료 부담을 적게 시작해 상황을 봐가면서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보험요율 역시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한다고 하면서 상한 기준까지 이렇게 높게 설명한다면 현장의 부담은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역시 사회보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특고의 구직급여에 상·하한을 두기로 한 만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 상한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중(교수)는 "사회보험 성격상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야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만큼 상한액만으로 (기준을) 맞출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구직급여에 상한이 있어 받을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무제한적으로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건강보험 등과 비교해 불공평한 측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고의 경우 업무 경비를 본인이 부담해 일반근로자보다 부담은 적겠지만 어쨋든 새로운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 상한이 없다면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사업주 배려 차원에서도 지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적정한 상한 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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