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에 멈춰 선 무야홍 바람…기로에 선 홍준표
상태바
대세론에 멈춰 선 무야홍 바람…기로에 선 홍준표
  • 김희영
  • 승인 2021.11.06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 재수 도전했지만 윤석열에 패배
무야홍 바람 일으켰지만 대세 못 이겨
새로운 시대정신의 부재, 가장 큰 약점
개인기 출중해도 취약한 조직력 절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거리를 찾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거리를 찾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본선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표현처럼 2017년 탄핵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패전 처리' 역할로 나섰다가 낙선한 이후 다시 한 번 대권을 노렸으나 결국 같은 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선 과정에서 수차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밝혀왔던 홍 의원은 이로써 정치 인생 기로에 서게 됐다. 홍 의원은 1954년생으로 67세다.

홍 의원은 이른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키며 대세로 불렸던 윤 전 총장과 예상을 뛰어넘는 접전을 펼쳤다. 지난 8월 초만 하더라도 홍 의원은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4% 지지율에 그쳤다. 당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이미 20%를 넘긴 상황이었다. 이후 홍 의원은 20~30대 남성의 열성적인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렸고, 9월 중순부터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원은 홍 의원보다는 윤 전 총장이 정권 교체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무야홍은 있었으나 시대정신은 없었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건 정권 교체를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 부재다. 인기는 있었지만 대통령이 돼야 할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정권 교체의 선봉이 되지 못한 이유는 그가 문재인 정권 내내 존재감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의원은 이 시기에 대여 투쟁보다 당 내 투쟁에 몰두했다"고 평했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율(24%)을 보여주고 자유한국당 초대 대표로 선출되면서 야권 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 됐다. 하지만 대표 자격으로 치른 2018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내 영향력을 급속히 잃었다. 이후 잠행하던 홍 의원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원내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를 권유를 거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 홍 의원은 무난하게 당선됐지만 당 내에선 "홍 전 대표가 당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같은 소란은 홍 의원에게 구태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씌웠다.

이처럼 홍 의원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진 제1야당이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할 때 등장한 게 윤 전 총장이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국 사태를 거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이번 정권이 무너뜨렸다는 공정·상식·법치를 정권 교체를 통해 회복시켜줄 아이콘이 됐다. 이같은 상징 자산을 갖고 정치 무대에 데뷔한 윤 전 총장은 단번에 지지세를 끌어모으며 대세가 될 수 있었다. 반면 문재인 정권 4년 간 특별히 보여준 게 없는 홍 의원에겐 그를 대세로 만들어줄 동력이 없었다. 이른바 '무야홍' 상승세가 윤석열이라는 대세보다 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개인기는 출중했으나 조직력은 없었다

홍 의원의 또 다른 패배 요인은 취약한 조직력이었다. 단적인 예로 홍 의원 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조경태·하영제 의원 두 명에 불과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36명이었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103) 3분의1 이상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각 지역 당협위원장까지 모두 더하면 당 내 조직의 70% 가까이를 윤 전 총장 캠프가 장악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렇듯 홍 의원의 불안정한 당내 기반은 곧장 당원 지지율 약세로 드러났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앞선다고 해도 전체 50%를 차지하는 당원 투표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식한 홍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 당심에 호소했다.

26년 간 당적을 옮긴 적 없는 보수우파의 적자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 전 총장이 검찰 재직 시절 이른바 '적폐 수사'를 주도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보수를 궤멸시킨 장본인이라고 공격했다. 또 경선 기간 내내 당원의 약 24%가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수차례 찾아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결국 당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 화려한 언변 등 개인기로 일반 여론조사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당심에서만큼은 홍 의원의 개인기가 윤 전 총장의 막강한 조직력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26년 간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독고다이'로 정치를 해온 홍 의원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정권 교체 위한 홍준표의 역할은?

이번 경선에서 패하며 홍 의원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당 내에선 홍 의원이 비록 패하긴 했으나 정권 교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남아있다고 말한다. 특히 20~30대 남성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홍 의원이 20~40대 지지율이 취약한 윤 전 총장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홍 의원이 윤 전 총장과 온전히 원팀이 돼 지원 사격에 나설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홍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윤 전 총장의 노력 없이는 홍 의원 도움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