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非尹 끌어안기’ 과제…포용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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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非尹 끌어안기’ 과제…포용력 시험대
  • 김희영
  • 승인 2021.11.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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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근 그룹, 선대위 핵심 꿰찰 듯…非尹 인사 포용력 시험대
한정된 요직에 측근 기용이냐, 과감한 非尹 발탁이냐 '딜레마'
선대위外 특위 설치, 다양한 인사 중용 위한 방편 삼을 수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등에 업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당면 과제로 외연 확대가 떠오르면서 그의 포용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 안팎에서 최대한 지지세를 끌어모아야 하는 만큼 대선 선거대책위 인선이 윤 후보의 포용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 후보가 당 밖에서 호남지역의 반윤(反尹·반윤석열) 정서를 다독이는데 주력했다면 당내에서는 비윤(非尹·비윤석열) 진영을 어떻게 끌어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경선을 계기로 당내 상당한 조직력이 확인됐지만 내년 대선이 접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내에서도 비윤 진영을 향한 외연확장도 필요하다. 선대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당 한편에서는 윤 후보의 측근 주변에 의원들의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선대위 인선에서 '비윤 진영' 인사들이 대거 배제되고 소외감이나 불만이 누적될수록 '원팀'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윤 후보는 가급적 많은 인사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경선캠프의 확장판으로 선대위 규모를 크게 키우는 쪽에 무게를 둔 거으로 알려지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캠프보다 규모가 작은 실무형 선대위를 지향하는 만큼 윤 후보가 한정적으로 제한된 요직에 측근을 배치할 지, 비윤 진영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할 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선대위 조직도에 총괄선대본부장을 없애는 대신 정책, 직능, 홍보, 조직 등 각 분야별로 선거본부장을 두려는 것도 수평적 관계를 통해 상호 견제하고 '측근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선대위와는 별도로 국민통합위원회, 미래비전위원회 등 후보 직속 기구를 설치하려는 이면에는 선대위의 비대화 논란을 피하고 다양한 인사를 중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선대위 영입 인사로 진보진영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나 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이 거론됐던 것도 윤 후보가 선대위의 방점을 포용력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최근 TBS라디오에 "(윤 후보가)정치를 시작한 지 4~5개월밖에 안 됐는데 보수 정당 대선 역사상 가장 큰 캠프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에 부딪혔다""정권 교체를 바라는 세력 그러니까 중도라든가, 흔히 말하는 탈문 진보 또는 반문 진보라든가 2030이라든가 호남이라든가 이런 정권 교체 세력까지 다 대동단결시켜서 빅캠프를 만들어야 되는 과제에 정치 신인이 숙제를 떠안았다. 그러니까 사실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만약 윤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비윤 진영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컨벤션 효과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할 공산이 크다. 설사 윤 후보의 의중대로 선대위 조직을 매머드급으로 관철시키더라도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처럼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윤 후보의 선대위 인선이 포용력을 가늠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윤 후보는 경선이 끝난 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연락해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원 전 지사가 선대위 합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것 말고는 두 사람 다 제대로 된 접촉은 하지 못한 상태다.

홍 의원은 청년 플랫폼을 만들어 독자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고, 유 전 의원은 당분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사실상 칩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 "모두 힘 합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저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 하기로 했으니 더이상 논쟁은 없었으면 한다"며 선대위 합류 대신 자신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꿈'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청년플랫폼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올라오자 홍 의원은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경선 당시 홍준표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윤석열 선대위에 참여하려면 (홍준표)후보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먼저 아니겠냐""현재까지는 선대위 참여와 관련된 지시를 내린 게 없다"고 전했다. 유승민캠프에 참여했던 다른 인사도 윤 후보측으로부터 선대위 영입 제안 여부에 "노코멘트"라면서도 "'대장'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윤 후보 입장에서는 전직 대통령들과 어디까지 손을 잡고 어디까지 차별화할 것인지도 포용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45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신세가 된 것도 윤 후보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뤄진 일이다. 전통적 보수지지층 가운데 여전히 윤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도 두 전직 대통령과 악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CBS라디오에 "대선 경선이 치열하게 치러진 뒤에 패배한 후보가 막바로 선거에 도움을 준 사례는 거의 없다""홍준표 의원도 당을 계속해서 지켜오고 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정치인이고 또 당에 대한 애정은 바로 정권교체하는 애정으로 필요성으로 연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홍 선배가 좀 감정에 솔직한 분이셔서 지금 당장은 굉장히 불편한 언사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관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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