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인수위 부각…靑 이전에 묻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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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인수위 부각…靑 이전에 묻혀 아쉬움
  • 김희영
  • 승인 2022.05.0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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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구성된 인수위…부처 공무원들도 긴장 모드
윤석열+안철수, 묘한 동거…"조심스러운 업무 분위기"
안철수식 '속도조절'?…'대통령실 이전'에 존재감 밀려

지난 318일 현판을 걸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일정을 마무리했다. 인수위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매일 오전과 오후 브리핑이 열리던 통의동 기자회견장 역시 5일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위는 일하는 인수위를 부각했지만 청와대 이전에 인수위 활동이 묻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인수위는 10년 만에 구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인수위 없이 바로 국정을 운영했기 때문에 각 부처 공무원들로서도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경험한 정권 인계 업무였다. 이 때문인지 더욱 신중한 태도로 인수업무를 추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단일화를 통해 당선된 점, 그리고 출마를 포기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인수위원장을 맡은 것도 독특한 인수위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선거 말미 단일화와 합당까지 하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동거하는 인수위였다""서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다"고 총평했다.

덕분에 서로에게 '경청하는 인수위'가 구성됐다. 김성범 인수위 부대변인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서로 주의하면서) 겸손하게 경청하며 일하는 인수위가 됐다""덕분에 코로나19 피해 위기 극복 방안,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대책 수립하는 등 일하는 인수위였다"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인선 내홍으로 짧은 인수위 기간을 허비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관계자는 "당시 업무 승인이 모두 멈추며 발만 구르던 상황"이었다며 "아무렇지도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귀띔했다.

안정적 '속도조절'?'대통령실 이전'에 존재감 밀려

인수위의 업무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닮은 꼴'이었다는 평도 나온다. 주요 공약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잡음을 피해간 모습이다. 대신 특별한 존재감 없이 약 50일을 보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 위원장은 초반 '일회용 컵 규제 유예' '방역수칙 완화'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만 나이 도입' 등 소소한 이슈에 집중했다. 대중의 관심이 모이긴 했으나 5년을 이끌 정권의 큰 키워드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라는 대형 쟁점 앞에서 인수위의 소소한 정책들은 쉽게 휘발되고 말았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정치분석실장은 "(인수위 내) 사건사고는 적은 편이었다"면서도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 교수도 "평가할 만한 특징이나 존재감이 약했다. 국정과제, 공약을 정리하는 정도로 일을 했다""일반적으로 (인수위에서) 다음 정부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모든 청사진을 짜는데, 그 느낌이 전혀 전달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분권', 문재인 대통령의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키워드가 없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이런 게 없었다""무정치의 정치라는 게 있다. 그게 처음에는 오히려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 일이 없다는 여론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약후퇴' 비난 피하기 힘들 듯"정부에 부담될 것"

여소야대 국면과 현실 재원을 신중하게 고려하다보니 공약이 후퇴됐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인 게 여성가족부 폐지다.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에서 여가부 폐지는 제외됐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다만 여소야대 등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 정부조직 개편까지 이뤄내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정부조직) 개편 방안 마련을 점검하겠다"며 공약 이행을 다음으로 미뤘다.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이었던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금 1000만원 일괄 지급'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인수위가 소상공인들의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반발이 격화되자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온전한 손실보상이 대원칙"이라며 피해가 큰 소상공인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을 지원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질타는 이어지는 중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상당 부분 국민과 약속한 게 후퇴했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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