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출하 막혀 …車·조선·산업현장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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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재 출하 막혀 …車·조선·산업현장 ‘적신호’
  • 김희영
  • 승인 2022.06.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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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 포스코·현대제철 15만t 출하 지연
현대차 울산공장, 가동 중단 우려 커져
파업 장기화 시 산업계 곳곳 타격 불가피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가 7일 오전 10시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서 800여명의 노조원들과 함께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가 7일 오전 10시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서 800여명의 노조원들과 함께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전면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며 산업계 곳곳에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산업 전체 소재로 쓰이는 철강재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철강 소재난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재 생산현장에서 재고물량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 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최소 15만톤(t) 가량의 철강재 출하가 지연됐다. 포스코는 지난 7일 포항제철소 하루 출하량(4만9000t)의 약 40%인 2만t을 출하하지 못했다. 

8일에도 동일한 상황이 지속되며 출하 지연 물량은 포항제철소 4만t, 광양제철소 3만t으로 전날에 비해 2배 늘어났다. 
현대제철 또한 이틀간 포항공장 1만8000t을 포함해 당진·인천·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공장에서 약 8만t의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철강사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전면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며 출하 지연 물량이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철강재가 제때 납품되지 못하면서 자동차, 조선, 가전사들은 소재난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는 자동차강판을, 조선사들은 후판을, 가전사들은 컬러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등을 소재로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생산에 가장 기초가 되는 소재가 없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현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고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을 택하고 있는 완성차는 철강 소재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자동차는 부품 일부만 납품되지 않아도 생산할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납품 차량이 수없이 드나드는데 실제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하루 평균 납품 차량이 오가는 횟수가 1만1000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일 오후 2시부터 완성차 공장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차량 운송 거부에 들어가며 가동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납품 차질은 빚어지지 않아 모든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와 가전사들은 현재 확보해 둔 재고물량으로 생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일 뿐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車업계 "부품 하나라도 없으면 생산 차질…엄정 대응"
자동차업계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엄격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1차 협력업체(상장사 83개사 올해 1분기 기준)만 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약 60%(49개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적자를 낸 업체도 약 30%(24개사)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어 "특히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일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등 요구사항은 자동차 물류 업종의 경우 임금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아 해당이 없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조립산업 특성으로 인해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물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전체 자동차 산업의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약점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원자재 조달 차질에, 납기 못 맞추고…화주 피해 112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일부 화주기업들이 수입 원자재를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납품 지연을 겪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화주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이날 오후까지 유선 및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애로사항은 총 112건이다. 피해 내용으로 ▲원자재 조달 차질 ▲생산 중단 ▲물류비 증가 ▲납품 지연 ▲위약금 발생 ▲선박선적 차질 등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수입과 관련된 피해가 44건(39.3%), 수출 관련 피해가 68건(60.7%)이다. 

수입 중에서는 원자재 조달 차질이 19건(17.0%), 생산 중단이 12건(10.7%), 물류비 증가가 13건(11.6%)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과 관련해서는 납품 지연이 25건(22.3%), 위약금 발생이 29건(25.9%), 선박 선적 차질이 14건(12.5%)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원자재 조달 차질과 관련해 화장품 내수기업인 A사의 경우 수입 원자재 화물을 본사로 운송하지 못하고 있어 2억원 수준의 생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자체 트럭 운송도 화물연대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차량부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체인 B사 역시 중국에서 수입한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출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생산라인이 중단돼 최대 1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화학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업체인 C사의 경우에도 물류 중단으로 인한 체선료 및 보관비용 추가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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