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월지서 8세기 유물 발견
상태바
경주 동궁·월지서 8세기 유물 발견
  • 김희영
  • 승인 2022.06.18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물 ‘선각단화쌍조문금박’ 공개
3㎝ 금박에 새긴 새와 꽃…현미경으로만 문양 식별 가능
“현재까지의 유물 중 조금의 세밀함 역대 최고 수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나온 8세기 통일신라 유물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을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나온 8세기 통일신라 유물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을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금박 유물 두 점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경주시 동궁과 월지에서 8세기 통일신라 금박 유물이 나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공예 유물 중 세밀함이 가장 돋보인다.

현미경을 통해 문양을 확인해야 할 정도다.

이들 유물은 201611월 경주 동궁과 월지 '' 지구 북편 발굴조사 중에 발견됐다.

유물 두 점은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구겨진 채 발굴 현장에서 20m가량 떨어진 채로 출토됐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두 점이 애초에 접합된 한 개체임이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조각 기법과 문양을 토대로 유물에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자 현미경으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금박은 순도 99.99%의 정선된 순금 0.3g(한 돈은 3.75g)을 두께 0.04로 얇게 펴서 만들었다. 가로 3.6, 세로 1.17크기의 평면에 새와 꽃을 조밀하게 새겼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0.08)보다도 가는 0.05이하 굵기의 선으로 좌·우에 새 두 마리, 중앙부와 새 주위에 단화 문양을 철필(鐵筆·끝부분이 철로 된 펜) 등으로 미세하게 새겨넣었다. 단화는 여러 문양요소를 원형이나 그에 가까운 형태로 늘어놓아 꽃을 위에서 본 형태를 연상시키는 의장이다.

금박 뒷면은 조금(彫金·금속의 정이나 끌 등 도구를 이용해 문양이나 글씨를 새기는 기법)으로 인해 요철을 이루고 있으며, 뒷면에 유기물을 받쳐 조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박 뒷면에 칠 등 이물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금박에 새긴 새는 형태나 관련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할 때 멧비둘기로 추정된다. 단화는 경주 구황동 원지 출토 금동경통장식, 황룡사 서편 폐사지 출토 금동제 봉황장식 등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시대 장식 문양 중 하나다.

유물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육안으로는 문양 판별이 거의 불가능하고, 돋보기나 현미경을 통해 문양을 확인해야 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유물 중에서 가장 정교한 세공술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통일신라시대 장인의 뛰어난 미술적 감각과 함께 마이크로 단위의 세밀한 금속 세공술을 엿볼 수 있다.

김성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신라인이 추구하는 이상향과 정신세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완성도 높은 금속세공 기술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다""현재까지 확인된 유물 중에서 조금의 세밀함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박에 담긴 단화쌍조문은 형식화된 서역(사산조 페르시아 등)의 단화쌍조문과는 달리 매우 사실적으로 꽃과 새를 묘사했다. 서역의 영향을 받았더라도 문양에 있어서는 신라의 토착적인 변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박에 새겨진 두 마리 새의 표현이 사실적이다.

김경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좌측의 새가 우측보다 크기가 더 크다""날개를 펼치고 있는 형태, 금박의 문양 구성에서 좌측보다 우측의 새가 좌·, ·하 비율이 균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른편에 새긴 새를 왼편의 것보다 깃털 표현을 다채롭게 한 점이나, 몸집의 크기와 꼬리 깃털 형태에서 보이는 사실적인 특징 등으로 보아 암·수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보인다""이같은 사실적인 묘사는 금속공예의 영역을 넘어 통일신라시대 회화의 영역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금박의 문양은 목재 받침 등에 금박을 고정한 뒤 새긴 것으로, 따로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용도는 어떤 기물에 직접 부착한 장식물로 추정된다. 온전한 형태와 마감 흔적 등으로 볼 때 지금보다 넓은 금박에 문양을 새긴 뒤 사용할 부분만 오려낸 것으로 보인다.

금박의 사용처와 기능은 현재로선 비교할 만한 사례가 없지만, 유물 형태로 볼 때 사다리꼴 단면을 가진 기물의 마구리(어떤 물건이나 길쭉하게 생긴 형태의 끝이나 단면)로 추정된다. 장식적 요소를 넘어 신에게 봉헌하기 위한 기능일 가능성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금박 유물은 17일부터 10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열리는 '3에 담긴, 금빛 화조도' 특별전시에서 공개된다. 연구소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와 함께 유물을 공개하는 한편, 금박의 세밀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유물열람 서비스도 마련했다.

김성배 소장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동궁과 월지와 더불어 신라왕경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확장된 동궁의 영역과 건물지 배치, 출토유물에 대한 의미를 밝힐 계획"이라며 "신라 왕경의 도시구조와 기능·위상 등을 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