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각계각층 조문·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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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각계각층 조문·발길 이어져
  • 김희영
  • 승인 2022.08.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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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근조화환 보내...김건희 여사도 조용히 조문해 헌화
추모식 원불교 경인교구가 맡아...수원시장·복지부 차관 등 참석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추모식이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고 있다.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추모식이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생활고와 투병에 지쳐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경기 수원 세 모녀를 추모하기 위한 각계각층 발걸음이 이틀째 빈소에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근조화환과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조문을 비롯해 주요 정계 및 정부 인사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동행했다.

경기 수원시 영화동에 사는 이영기(68)씨는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져 있는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았다. 그는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세 모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집에서 30분 넘게 자전거를 타고 장례식장에 왔다. 이 씨는 고인들과 일면식도 없지만 수원시가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공영장례로 치른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빗방물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나왔다. 빈소에 도착한 그는 수원시청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화단에 영정사진 없이 위패만 세워져 있는 쪽을 향해 고인을 추모한 뒤 조문객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빈소를 빠져나갔다. 이 씨는 취재진에 “2014년에도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송파 세 모녀는 별도의 빈소를 차리지 않고 일부 유족과 친지만 참석한 가운데 발인식만 진행했다. 그는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고인들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씨는 어떤 마음으로 분향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 “좋은 데 가서 편안하게 되셨으면 한다”며 “다음 세상에 태어난다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모녀 빈소에는 이날 하루 동안 조문객 150여 명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전날에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주요 인사와 시민을 포함해 50여 명이 방문했다. 이틀간 200명 넘는 조문객이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찾았다.

이른 오전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빈소를 방문했다. 주 위원장은 단상에 국화를 놓은 뒤 조의를 표했다. 그는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송파에 비극적인 일이 있고 난 뒤에 복지 사각지대가 거의 해소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기니까 정말 죄송하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 모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기 위해 근조화환을 보냈다. 조화는 고인들의 위패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돼 고인들 곁을 지켰다. 오후 2시에는 추모식이 거행됐다. 원불교 경인교구가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추모식 자리에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교무 7명과 이재준 수원시장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 수원시 복지여성국장과 과장 등이 배석했다. 비어있는 유족의 자리는 원불교 교도 10여 명이 대신 채웠다. 차분한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추모식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묵례를 한 뒤 교무들이 낭독하는 설명기도, 성주3편, 천도법문 등을 들으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추도식을 마친 김덕수 원불교 경인교구장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다 놓고 다음 생에 정말 잘 오셔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며 추도식에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추모 의식에 30여 분 동안 참여하며 세 모녀의 넋을 위로했다. 

시는 전날 이 시장의 결재에 따라 세 모녀에 대한 공영장례를 ‘삼일장’으로 치르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시는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모든 주민을 전수 조사해 ‘은둔형 위기가구 자체 발굴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오후 3시 30분께는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여사는 빈소 위패 앞에 헌화한 뒤 추모식을 맡아 진행한 원불교 경인교구 교구장들에게 "고생하셨다"는 취지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조문을 마친 김 여사는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한 뒤 취재진에 “우리 국가가 충분히 챙기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 총리는 “정부로서도 관련 부처에 하나의 그룹을 만들어 빈 곳을 메꿀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잘 협조해서 정부가 마련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없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조문도 이어졌다. 유덕화 경기복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앞으로 고독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단체들과도 연대해 지역사회 돌봄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 모녀에 대한 발인식은 삼일장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11시 30분 엄수됐다. 시는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이곳 봉안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모든 장례 절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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