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침수 ‘냉천 유로 변경’이 부른 인재” 주장
상태바
“제철소 침수 ‘냉천 유로 변경’이 부른 인재” 주장
  • 김희영 기자
  • 승인 2022.09.22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철소 건립 당시 ‘냉천 유로 변경 공사’로 하구폭 이미 좁아져
내부적으로 수차례 지적된 ‘냉천 범람 대책’ 충분했는지…
▲ 포항시 냉천 하구 유로 변경 공사 당시 자료 사진.
▲ 포항시 냉천 하구 유로 변경 공사 당시 자료 사진.

포스코 창사 이래 최악의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는 제철소 조성 당시부터 가능성이 제기됐던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항제철소는 건립 당시 제철소 부지 확보를 위해 1974년부터 1975년까지 2년 동안 냉천 유로 변경 공사를 실시했다.

당시 공사비 3억8950만원을 투입해 제철소를 관통하던 냉천 물길을 우측으로 틀고, 냉천교(125m)도 건설하는 공사다.

냉천의 하구 위치는 원래 현 위치인 포항시 남구 청림동이 아니라 포항제철소 자리를 관통했다.

제철소 부지 확보를 위해서라도 냉천 하구 위치를 바꾸는 대규모 공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건설부와 포스코(포항제철)은 제철소 부지 추가 확보를 위해 1974년 10월 21일부터 1975년 12월 31일까지 해당 공사를 진행했다.  

이로써 냉천 하구는 포항제철소 부지 남단 경계 지점과 맞닿은 냉천교 지점에서 급격히 좁아져 현재의 모습이 됐다.

이 때문에 냉천 하구는 하천 물이 회전하는 구간이 생기며 그동안 범람 우려가 수시로 제기됐다. 

유로 변경 과정에서 하구 폭을 인덕교(150m) 대비 25m나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건립 이래 처음으로 침수 피해를 당하며 유례없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은 태생적으로 이 냉천 하구 변경에 따른 하구 폭 감소가 주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류에서 흘러온 냉천 물길이 병목 현상을 빚으며 바다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냉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게 대규모 침수 불러 

특히 이 같은 하구 폭 감소에 바다 만조까지 겹치며 냉천 하구 구간을 완만하게 흘러가던 하천이 만조와 부딪쳐 바다로 제때 빠져 나가지 못하며 포항제철소와 이마트, 제철동 등지를 집어 삼켰다는 주장이다.

이강덕 시장은 이날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항시 안전도시 종합 추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침수 당시 만조 예보는 37㎝였지만 지난 6일 오전 8시 기준 실제 만조 수위는 132㎝로 바다로 빠져 나가야 하는 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포항제철소, 냉천 범람 대비 제대로 했느냐도 쟁점

일각에선 포스코가 냉천 하구 공사로 인해 만에 하나 냉천이 범람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75년 냉천 유로 변경 공사 이후 포항제철소 인근에서 냉천 흐름이 바뀌며 하천 물이 쏠릴 수 있음을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은 몰랐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포항제철 창립자인 고 박태준 회장은 포항제철소의 냉천 하구 범람 가능성을 수차례 지적했고, 포항제철소는 냉천 범람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창업 임원 모임인 중우회 한 회원은 뉴시스와 전화 통화에서 “박태준 회장은 냉천 공사로 하구를 틀었기 때문에 냉천 상류에 비해 하구 쪽이 상당히 좁아지는 데다 포항제철소 압연공장 인근에서 냉천 회전이 극심해져 범람 가능성을 자주 지적했다"며 "이 때문에 포항제철소 차원의 항구적인 냉천 범람 대책까지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포스코 최정우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이후 냉천 범람 가능성에 제대로 대비했는지 여부가 포스코 침수 피해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민주당 포항침수피해 점검·지원대책단 국회의원들과 함께 포항 남구 피해 현장을 방문한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 교수도 냉천의 강폭 등을 비교하며 전체 유역 중 냉천 하구 쪽이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고 강조한 바가 있다. 

앞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건립을 위해 냉천교 하구 변경 공사 시점인 1975년 제철소 앞을 지나는 또 다른 강인 형산강 하구의 직강화 공사도 벌인 바 있다.

이후 인근 송도해수욕장 주민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백사장 유실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포스코는 지역 주민들과 6년간 소송을 벌인 끝에 118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