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항시민 식수원 형산강 상류에 가축 분뇨 대량 불법 유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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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항시민 식수원 형산강 상류에 가축 분뇨 대량 불법 유출 충격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22.10.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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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경주시에 형산강 오염 강력 항의하고 축산 분뇨 유출 막아야
경주시, 양계장 허가 건축물에 소와 식용 개 수천마리 불법 사육 방치
주민들 가축 분뇨 악취에 고통 호소하며 농장 폐쇄 조치 강력 요구
10개 동에 달하는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축산 분료가 가득 찬 채 방치돼 있는 광경.
10개 동에 달하는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축산 분료가 가득 찬 채 방치돼 있는 광경.

포항시민들의 식수원인 형산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한 가축 사육장에서 비 오는 날 몰래 대량의 축산 분뇨를 강에 수시로 유출시키고 있다는 주민 제보를 받고 본보 기동취재팀이 현장 출동 취재에 나섰다.  <편집자주>

< 가축 분뇨 실태 현장 르포>

지난 6일 오후 형산강 상류에 위치한 경주시 시동 마을 입구에 취재 차량이 들어서자 축산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미리 약속하여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 3명과 만났다. 민가와 거의 붙어 있는 문제의 가축 사육장을 주민들이 가리켰다. 주민들과 함께 축산 분뇨 유출 가축 사육장을 찾아 현장 확인에 나섰다.형산강 둑 위 도로로 한 100m쯤 내려가자 푹 꺼진 둑 아래에 조립식 건축물로 된 축사와 대형 비닐하우스 여러 개 동이 시야에 들어왔다.

축산 분뇨로 가득 차 있는 찢어진 대형 비닐하우스 전경.
축산 분뇨로 가득 차 있는 찢어진 대형 비닐하우스 전경.

한 주민이 “이곳 지목은 임야인데 축사 면적이 한 1만 평 정도 된다”고 말했다. 원래 땅 주인이 양계장으로 경주시에 허가받은 건축물 4개 동에 수년간 닭과 오리 등을 사육해 왔는데 몇 년 전 타인에게 사육장을 임대했다고 했다. 또 현재 임대 받은 가축 사업자는 양계장으로 허가된 건축물에 정화조 시설도 없이 소와 식용 개 수천 마리를 사육하고 있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농장 출입구 쪽에 조립식으로 된 작은 주택이 한 채 있었다. 임대 사업자가 기거하는 집으로 보였다. 한 주민이 사업자가 있는지 방문을 노크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취재 기자가 축사 쪽으로 들어가 큰소리로 주인을 불러 봐도 대답이 없었다. 그때 함께 간 한 주민들이 “악취 때문에 항의 방문을 하면 무단침입죄로 고발한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건물로 보이는 우사 전경.
가건물로 보이는 우사 전경.

그러나 기자는 환경오염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농장 주변을 둘러봤다.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 주변에는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있었고, 축사 건물에 불법 증축한 것으로 보이는 무허가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눈에 띠었다. 가축업자 소유로 보이는 1톤 트럭이 축사 안쪽에 주차해 있는 것으로 보아 취재 차량을 본 사업자가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 짐작됐다. 

파리 떼가 들끊는 축사 주변에는 흰색 비닐로 싼 ‘곤포 사일리지’ (볏짚 가축 사료) 수 십 개가 쌓여 있고, 검은색을 띤 가축 배설물들이 이리저리 흩어져있었다. 특히 드럼통 크기와 비슷한 100여 개가 넘는 푸른색을 띤 볼록한 플라스틱 용기가 구석구석에 수십 개씩 널려 있었다. 통 주변에 다가서자 음식물 썩는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한 주민이 “음식물 처리 업체에서 수거 받은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하는 통”이라며“수십 개의 통에 악취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놓고 식용개 먹이 사료로 사용한다”고 폭로해 심한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주민은 “개 사료로 쓰이는 플라스틱 통에 담아 놓은 음식물 쓰레기 썩는 악취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경주시에서 단속 한 번 하는 걸 못 봤다”고 개탄했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 사육한 개를 보신탕집에 식용으로 팔아넘긴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 사육한 개를 사람이 먹을 경우 전염병 등 각종 괴질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식용개 먹이로 사용할 악취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 중인 100여개의 통들.
식용개 먹이로 사용할 악취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 중인 100여개의 통들.

주민들은 이보다 더 심각한 환경오염 현장이 또 있다며 농장 뒤쪽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발이 빠지는 진흙을 밟고 뒤쪽에 들어가자 바람에 찢어진 너덜너덜한 대형 비닐하우스 여러 개 동이 나왔다. 하우스 위에 검은 해가리개 그물망을 덮어 놓았으나 그 역시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 있었다. 

발을 들여놓기조차 거북할 정도로 가축 분뇨가 곳곳에 널려 있었고, 악취가 나는 비닐하우스 안쪽을 들여다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빗물에 젖은 듯한 가축 분뇨가 하우스 안에 가득 쌓여 방치돼 있었다. 한 주민이 “가축 분뇨가 차 있는 대형 하우스는 모두 10개 동에 달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배설물이 비가 오면 형산강과 바로 연결된 배수로를 통해 수시로 강에 흘러들어 간다고 폭로했다.

주민 A 씨는 “한때 이 농장에는 닭, 오리 등 수천 마리의 기업형 가축을 사육해오면서 정화조 시설이 전혀 없어 형산강을 크게 오염시켜 온 데다 또 소와 개를 사육하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이 그 악취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지난 태풍 때 하우스 안에 방치된 상당량의 축산 분뇨를 형산강에 흘러 보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11호 태풍 때 폭우로 인해  상당량의 축산 분뇨가 형산강으로 배출된 수로.
최근 11호 태풍 때 폭우로 인해 상당량의 축산 분뇨가 형산강으로 배출된 수로.

실제로 가축 분뇨를 어딘가로 퍼나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또 한 주민은 “최근 11호 태풍 때 엄청난 양의 악취나는 축산 분뇨가 배수로를 통해 형산강에 유출되는 동영상을 찍어 놓았다“며 ”닭 등을 사육해온 땅 주인이 하우스에 수백 톤의 가축 분뇨를 수년째 방치해놓고 또 농장을 타인에게 임대했는데 이 사업자도 정화조 시설 없이 소와 개를 불법 사육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방치된 가축 분뇨가 가득 쌓인 광경.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방치된 가축 분뇨가 가득 쌓인 광경.
가축 분뇨로 가득 차 있는 대형 비닐하우스 내부.
가축 분뇨로 가득 차 있는 대형 비닐하우스 내부.

지난 5월 인근 주민 약 70여 명이 이 농장 환경오염 실태를 고발하는 집단 민원을 경주시에 제기하자 최근에야 뒤늦은 회신이 왔다고 했다. 주민이 내민 시 회신 공문 내용에는 ‘가축 사육 제한 구역으로 지정 고시되기 이전부터 축사 등이 존재한 것’이라는 문구와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가축 분뇨의 방치와 가축 사육업 허가 위반 등에 대해 행정 조치를 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가 행정 조치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또 이 공문에는 ‘해당 축사의 경우 건축물대장 주용도가 식물 관련 시설로 되어 있으므로 세부 내용은 주택과로 문의하라’고 떠넘겼다. 집단 민원에 따른 경주시 회신에 따르면 문제의 농장에 소와 개 사육은 불법임이 드러났다.
환경오염 방지 차원에서 불법 가축 사육 농장 폐쇄 조치와 사업자 처벌은 불가피하지만 경주시가 미적거리고 있어 비난이 쏟아진다.

이날 주민들은 “경주시 공무원들이 가축 불법 사육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방치하는 이유가 너무 수상하다”며 “상수원 보호 지역에 수년째 수백 톤의 가축 분뇨를 방치하고 있는 데다 소와 개 수천 마리를 또 사육하도록 임대한 땅 주인과 관계 공무원이 유착돼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며 사법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하는 동안 이 농장을 임대해 소와 식용개를 사육하는 사업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 현장 취재에 따른 반론권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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