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철강공단 구조조정터널 슬기롭게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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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철강공단 구조조정터널 슬기롭게 벗어나자”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6.09.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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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 취재국장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절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포항철강공단에 수심(愁心)이 깊어간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포항철강관리공단에 따르면 등록된 272개사(社) 342개 공장 중 40여곳이 이미 휴폐업했거나 부도가 나서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 고용인원도 지난 4월 기준 1만4954명으로 1년 사이 1000여명이 공장을 떠났다.

후판을 절단해 현대중공업에 공급하던 가공업체들은 공장내 빈터마다 제품을 쌓아놓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의 제4도크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주절벽’ 때문에 일감이 급감했다. 일감이 없어 도크가동을 중단한 것은 1972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절벽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동을 멈추는 도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항철강공단의 선박용 후판 가공업체들의 도산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북미 세일 가스특수를 노리고 투자를 늘렸던 세아제강·넥스틸 등 강관 업체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종인 삼원 강재 등 일부 업체만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을뿐이다.

철강공단 불황은 포항시 재정난과 직결되고 있다. 철강공단 기업들이 시에 납부하는 지방세도 줄고 있다.

철강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9년 포스코가 포항시에 낸 지방세만 91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500억원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242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포항시의 설명이다.

포항시가 올 한 해 동안 징수할 담배소비세 350억원보다도 적다.

재정자립도는 2009년 53.3%에서 올해 39.3%로 떨어졌다.

포항철강공단의 불황은 포항의 서민경제 소비 부진과 직결된다.

철강업체 직원들이 주머니를 닫자 포항시내 식당과 유통상가는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몇 년 전만해도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쌍용사거리 일대는 오후 10시면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이곳에서 식당을 경영해온 업주들은 “철강업체 직원은 물론 시민 발길도 뜸하다”며 “올해처럼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인근 북부해수욕장 일대 중개업소에는 원룸·주택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있다.

중개업소들은 “2년 전만 해도 웃돈을 주고도 원룸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미국정부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외자재 등에 쓰이는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최고 64.68%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키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미국정부의 조치는 다른 나라 업체에 부관된 반덤핑·상계관세보다 전반적으로 높아 국내철강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브라질 업체에 46.52%, 영국은 25.56%, 인도는 17.60% 등 비교적 낮게 부과했으나 한국산에 유독 높은 64.68%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철강업체는 포스코-64.68%, 현대제철-38.24%를 부과했다.

포스코와 포스코 대우가 64.68%로 가장 높았다.

미국발 통상전쟁의 신호탄이 울려 국내업체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연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등 주요 철강생산국에 ‘관세폭탄’을 날리며 보호 무역주의에 불을 붙였다.

이로 인해 자동차 강판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저가(低價) 제품을 쏟아내는 중국과 이를 방어하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유탄(流彈)을 맞은 형국이다.

한국정부로부터 철강산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의뢰받은 ‘보스턴 그룹’은 “전세계 철강사가 30% 감축해야 수요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며 “공급 과잉 상태가 2020년까지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업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지난달 31일 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철강수급 상황이 상당히 무너져 있기 때문에 설비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럽·일본의 구조조정 사례처럼 고로업체들이 중소 하공정 업체들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국내에서 고로를 가동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중소 규모의 가공업체들을 흡수 합병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포스코는 한국철강업 전체와 구조조정 밑그림을 그리면서 포스코 그룹 자체의 구조조정이란 큰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는 현재까지 150여건의 구조조정을 벌여 전체 계획의 60% 이상이 진전됐다”며 “내년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2018년부터 다시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며 의욕과 자신감을 함께 내비쳤다.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그룹 구조조정 진검승부는 올하반기이다. 구조조정 핵심 물량도 몰려있는데다, 질적 효과를 거둬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철강 불황속 지난해 순적자를 보였던 포스코는 올 상반기를 거치며 “최악은 지났다”는 조심스런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 별도기준 실적으로 보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에 힘입어 내년 3월이 임기인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 그룹 전반의 쇄신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 그룹이 구조조정 터널을 힘겹게 헤쳐가고 있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2년만에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졸업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당초 예상하던 3년보다 1년을 앞당겼다.

철강업계에선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 영업력 유지강화, 리더십 등 3박자가 잘 어우러져 이룬 성과이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 의원은 지난달 28일 2016년 추경안정책질의에서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중인 철강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철강·조선·자동차 산업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동해안 연구개발 특구’의 조속한 지정을 촉구했다.

포항철강공단 구조조정은 감원·통폐합 등 통과 의례를 거쳐 재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포스코·공단업체·포항시민들이 합심해서 이뤄내야 할 국가적 당면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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