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얼마 전 자살했다는 비보(悲報)가 전해졌다.
서울대·행정고시 출신 지역 인재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아직도 많은 지역민들이 궁금해 한다.
평소 앓아온 우울증이 악화돼 자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포항시장 8년을 역임하면서 적당주의로 비난 받기도 했으나 무모하게 떠벌리는 시정은 펴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건장했던 사람이 왜 우울증을 앓게 됐고, 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의아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경북지사 경선과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선거 도전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전 시장의 자살 충격은 지역 정가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정치인이 본분을 망각하면 지역도 개인도 패가망신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정 전 시장 죽음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장식 전 시장이 좀 더 소신껏 시정 운영을 폈다면 포항 발전도 있었겠지만 정 시장 개인의 정치 운명도 확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실제로 공천권을 거머쥔 국회의원들의 갑질에 눌린 정 전 시장의 심적 고통이 당시 컸던 게 사실이다.
경북지사 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선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묵시적 경선 비토로 공천이 좌절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로 간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 전 시장을 압박해 무산 시킨 것도 철천지한이 된다.
정 전 시장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사전 의사 전달 없이 포항 유치를 단독으로 추진했다고 사사건건 방해 공작을 편 것이다.
그러나 정 시장은 유치에 나섰고, 포항·경주·군산 등 3곳에서 방폐장 유치 경쟁 주민 투표를 앞두고 적극적이었다.
그 당시 방폐장이 유치되면 한수원 본사, 양성자 가속기 유치와 정부 자금 3천억원이 현금으로 지원 돼 지역 발전을 크게 가져올 수 있는 국책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민 투표 일주일을 앞두고 정 시장이 갑자기 투표 지원에서 손을 떼는 일이 벌어졌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압력 때문이었다.
방폐장 유치위원장을 맡은 양용주 전 포항시의회 의장은 영문도 모른 채 태도가 돌변한 정 시장을 향해 심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경북일보 사회부장이던 필자도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역에서 유일하게 방폐장 유치를 찬성하는 기사를 섰다.
필자는 돌변한 정 시장에 대한 비난 칼럼을 잇따라 썼고, 새벽 시간에 걸려온 정 시장 전화 한통을 받게 됐다.
“김 부장 내 좀 살려주라. 윗선(국회의원)에서 방폐장 유치 얘기 사전에 안했다고 시가 주민투표 지원하여 방폐장 유치시키면 도지사 공천 안 주겠다고 호통 치는데 손 안 뗄 수가 없다~~”라고 하소연 했다.
필자는 그 당시 심한 충격을 받았다.
지역 발전과 직결된 중차대한 국책 사업 유치를 앞두고 본분을 잃고 국회의원 외압에 무너지는 정 시장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결국 방폐장은 경주시에 빼앗겼고, 신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한수원 본사와 양성자 가속기, 현금 3천억원을 고스란히 경주시에 넘겨주고 말았다.
만약 그 당시 포항 죽장면에 방폐장이 유치됐다면 포항은 70만 광역시로 발전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것이 확실하다.
소신 없이 끌려다닌 정 전 시장의 본분 망각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갑질 행위는 두고두고 한이 되고 있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만 이 순간 정 전 시장의 오점 하나를 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천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포항시 신청사 건립에서 엿 볼 수 있다.
신청사 위치 문제가 수없이 지적 되면서 시내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양학산 중턱으로 위치를 변경하여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를 건립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적지 않았다.
필자가 경북일보 사회부장 시절 전문가들이 분석한 청사 위치 변경에 따른 예산 절감안 등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했으나 정 전 시장은 거부했다.
그 당시 청사 위치 변경을 거부한 이유가 과연 뭐 였을까?
시의원 등 일부 세력들이 신청사 인근에 투기성 투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신청사 공사와 관련된 리베이트가 걸려 있다는 의혹도 제기 됐다.
포스코가 철강재 250억원 상당을 무상 제공하려 했으나 현금 요구로 무산된 것은 공사금 리베이트와 무관치 않았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총 공사금에 비례한 리베이트가 걸렸으니 250억원 상당의 철강재 무상 공급이 달갑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 됐다.
지사 선거 준비로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소문도 그 때 나왔다.
말 많던 신청사는 결국 실패작이었다.
1천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편한 청사로 건립됐기 때문이다.
신청사 정문에 68계단이 가로 막았고, 민원인들은 지하 주차장 뒷문으로 들락거리는 꼴이 됐다.
그러니 두고두고 정 시장 원망이 컸고, 그의 정치 행보가 순탄할 리 있었겠나.
결론적으로 정장식 전 시장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배경에는 그의 지난 정치 행보가 자욱자욱 후회와 한으로 뇌리에 남아 우울증을 촉발시켜 결국 자살로 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 전 시장의 비극적 죽음을 지역 정치인들이 한번 쯤 음미해 봤으면 한다.
24년간 장기 집권한 6선의 이상득, 4선의 이병석 전직 두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지역 낙후와 정 전 시장의 비극적 죽음에 얽힌 책임들이 전혀 없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박명재·김정재 두 지역 국회의원과 이강득 포항시장 등은 갑질로 본분을 망각해온 구태 정치인들과 달리 소신있는 정도 정치 행보를 걷기를 기대한다.
정도 이탈 정치 행보가 불명예로 귀결되고, 또 지역 사회 발전에 크나 큰 걸림돌이 됐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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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고인이된 정시장과 관련된 사실들을 보도해주시므로 이해가 갑니다.
자살에 대한 의아심을 풀어주신 김종서 국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