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6개월마다 개정키로 하고는 나몰라라”
국토부 “신속 구제 말하지만 시간 더 걸려”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두고 야당과 정부가 각각 다른 지원책을 내놓으며 대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선구제 후회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부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도 집행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내놓은 구제책으로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반드시 통과…거부권 행사 말라"
야당 주도의 개정안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피해자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경·공매 등을 거쳐 회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박주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국회 본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를 열고 "내일 우리는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자의 간곡한 목소리를 들어 거부권을 생각하지 말고 피해자 극복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엄청난 재정 소요가 있을 것이라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고, 특별법을 6개월마다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나몰라라 했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장 후보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피해자 사망 소식이 계속 들리는데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특별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우리 사회가 만든 경제적 재난에 대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피해를 막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본회의에서 반드시 특별법을 개정하고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과 퇴거 압박에 시달리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경매 전 어떻게 평가하나…기술적으로 불가능"
이 같은 야당의 입장에 대해 정부는 경매차익을 활용해 보증금 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안으로 맞불을 놨다.
경매 과정에서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최대 20년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이 말하는 '선구제'에 대해서는 서민의 청약저축액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점, 향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야당이 강행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피해자들이 원하는 빠른 구제는 어렵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제가 장관에 취임한 이후에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이 안을 가지고 토론하지 못했기에 정부와 국회 간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며 "국민들의 부담을 수반하는 법인 만큼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내가 찬성할 만한 일인지 등의 충분한 국민적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행정부에서는 집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개정안이 신속한 구제가 이뤄질것처럼 보이지만 예산 편성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기재부 예산실과 협의를 해야 되고, 국회 심의도 거쳐야 해서 내년이나 돼야 돈이 될까 말까 해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매가 끝나야 전세금 반환청구권의 가치가 정확하게 평가되는데, 국회 개정안은 경매 과정이 끝나기 전에 제3자가 가치를 평가해서 일단 돈을 주자는 안"이라며 "누가 그 가치를 평가할 것이며, 기술적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또 "정부는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등과 함께 대책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신속히 제도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의 건을 가결시켰다. 재석의원 268명 중 찬성 168표, 반대 90표, 무효 2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