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은 새 관심법(觀心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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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 청탁’은 새 관심법(觀心法)인가
  • 유수원 편집인
  • 승인 2017.09.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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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世紀)의 재판’으로 불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판결이 5년형(刑) 선고로 판가름 났다.

좌·우파 모두 1심판결 이유·형량에 불복해 쓴소리를 쏟아내 ‘2심판결’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달 29일 “법원의 1심판결에 대해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을 사유로 전부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달 28일 이재용 부회장 측도 “1심은 법리판단과 사실 인정에 오인이 있다”며 항소했다.

▲ 272쪽의 판결문 중에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부분은 ‘묵시적 청탁(마음속 청탁)’.

1심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을) 적극적·명시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은 아니다”면서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형(實刑)을 선고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바라는 마음을 품고 승마 지원을 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 묵시적 청탁(마음속 청탁)이란 용어가 ‘관심법(觀心法)’을 연상케 했다.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 ‘관심법’을 지니고 있어 자신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신하들을 알아볼 수 있다면서 신하들을 닦달했다.

네티즌들은 “형법에서 사용해서는 안될 ‘묵시적’이란 단어는 ‘관심법’을 사용한다는 궁예가 써야 할 용어이다”며 “여론재판으로 줄줄이 유죄를 때렸다”고 개탄했다.

▲ 문재인 정권은 ‘이재용 재판’을 국정과제 ‘제1호’로 내세우고 유죄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박근혜-이재용 사이의 뇌물수수가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돼야 새 정부 출범의 당위성이 더욱 강화된다고 판단해 ‘청와대 문건 확보’ 여론전을 펼쳤다.

1심이 새정권을 손을 들어주었으나 형량에 불만이 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개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을 뇌물로 보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장 45년 징역이 가능한 상태에서 최저형(刑)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진 정청래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죄를 깎아주고 또 깎아줘서 달랑 5년.

2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석방을 예상한다. 짜고치는 고스톱치고 너무 노골적이다”고 비난했다.

▲‘이재용재판’에 유일한 피고 측 외부 증인으로 출석한 신장섭교수(국립 싱가포르 대학)는 “삼성은 하루에 1조원을 버는 그룹이다.

그룹의 경영권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한 뇌물로 보기에는 89억원은 ‘껌값’에 불과하다”·“경영권 승계만으로 ‘정경유착’ 단정해 유죄주장정치권 요구에 부응하고, 증거부족에 따르는 문제는 양형(量刑)축소로 땜질한 ‘비겁한 판결’이다”고 비판했다.

김병우변호사(45대 대한 변호사 협회 회장)은 “이재용 재판을 보면 우리나라 법관들의 재판 목적은 검찰이 입증하지 못한 피고인의 유죄를 자신들이 사또, 원님 재판으로 유죄를 만드는 데 있는 거 같다”·“한국의 법치주의가 죽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개탄했다.

형사 재판의 대원칙은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인정될 때 유죄를 선고한다. 

‘묵시적 청탁’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다시 원용될 것인가. 2심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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