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본인이 고혈압인 줄 모르는 경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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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본인이 고혈압인 줄 모르는 경우 많다.
  • 허 정 욱 건강증진의원장
  • 승인 2017.11.3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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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비만·운동부족이 원인
합병증 생긴후에야 치료시작
5년정도 앓으면 혈관변하고
10년 지나면 뇌졸중등 합병증

약물치료·생활습관 개선필수
저염식에 운동 곁들이면 호전
금연·절주·저염식 생활화를
비만률은 40대가 가장 높아

젊은 고혈압 환자는 저염식에 운동을 곁들이면서 약을 먹으면 치료효과가 있다.

박모(34·포항시 북구 양학동)씨는 지난달 회식을 하던 중 갑자기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생겨 응급실로 실려 갔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힌 급성심근경색증이었다. 혈관을 넓히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박씨는 당시 혈압이 160/110㎜Hg로 고혈압이었다. 정상 혈압은 120/80㎜Hg이다. 응급실에 가기 전까지 본인이 고혈압인 줄 몰랐다.

박씨는 키 1m75㎝에 체중 98㎏으로 비만이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회사 주변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다. 저녁에는 주로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일주일에 3~4회 술을 마시는데, 거의 매번 소주 2병을 마신다.

안주는 돼지고기·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이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지난해 박씨처럼 고혈압 치료를 받은30대는 15만1037명이다. 남자가 11만733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40대는 70만2351명이나 된다. 남자가 46만3844명으로 많지만 여자(23만8507명)도 만만치않다.

30대 남자는 2012년 이후 매년 11만여 명이 치료받는다. 여자는 조금 줄어드는 추세다.

40대는 남자는 늘고 여자는 다소 줄어든다.

손일석(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 교수는“30대 초반이라고 해도 과음·비만·운동 부족에다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으면 고혈압이 생긴다”며“젊은 고혈압 환자는합병증이 생긴 후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30·40대 고혈압 환자는 본인이 고혈압인 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고혈압 진단을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30대 고혈압 환자 5명 중 4명, 40대 2명 중 1명은 본인에게 고혈압이 있는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진단 후 30대의 84%, 40대의 58%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고혈압을 5년 정도 앓으면 혈관이 변하고, 10년 지나면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35세에 고혈압이 생겼는데 방치하면 45세에 뇌졸중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쓰러질 수 있다. 이해영(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30·40대는 젊기 때문에 고혈압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치료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김모(37·대구광역시 수성구)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 정도로 정상(120)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그런데 올해 건강검진에서 190까지 치솟았다. 김씨는 키 1m73㎝에 77㎏으로 비만이다. 원래 과체중이었는데 올해 초 다리를 다쳐 전혀 운동을 못했다.

1년 새 체중이 5㎏ 불었다. 혈압만 나쁜게 아니라 혈관 건강도 비정상이었다. 공복혈당이 110㎎/dL(정상 100㎎/dL),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23㎎/dL(정상 200㎎/dL)였다. 의사가 고혈압약 복용을 권했지만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벌써부터 약을 먹으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하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고혈압은 약물치료와생활습관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며“젊은고혈압 환자는 저염식에다 운동을 곁들이면서 약을 먹으면 치료 효과가 좋다.그 이후에 약 용량을 줄이거나 끊는다”고 말했다. 고혈압 약을 먹는 환자의 50%는 복용량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3명 중 1명은 약을 끊을 수 있다.

체중2~3㎏을 줄이면 혈압약 반알을 덜 먹어도된다. 손일석 교수는“노인은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어려워 약물에 많이 의존하지만젊은 사람은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쉽다”고 말했다.

30·40대가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135/85㎜Hg 언저리로 나왔으면 이런 증세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과체중 또는 비만이거나
▶공복혈당이 100㎎/dL 이상 ▶중성지
방이 150㎎/dL 이상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자 90㎝, 여자
80㎝ 이상)이 아닌지
▶두통·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없는지를 따져서 이 중 하나라도 있으면 고혈압일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혈압의 가장 큰 적은 짠 음식과 비만이다. 짠 음식을 먹으면 혈관이 나트륨 농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끌어당긴다.

혈액량이 늘면 혈관 압력이 높아져 혈압이 올라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외식 영양성분 자료(2017)에 따르면 짬뽕(4000㎎), 열무냉면(3152㎎), 우동(3396㎎)에는하루 권장량(2000㎎)을 훨씬 넘는 나트륨이 들어 있다.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덜 먹는 것이 좋다. 양파·당근·호박·양배추 같은채소는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륨이 풍부하다.

복부 지방도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이해영 교수는“복부 지방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나트륨을 끌어당기는 작용을 한다”며“비만이면 같은 양의 나트륨을 먹어도 소변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혈압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50세를 전후로 급격히 증가한다.

손 교수는“30·40대는 고혈압 전 단계가 많으므로 금연·절주·저염식을 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고혈압으로 악화하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혈압 ·당뇨병 건강검진판정비율 40대가 가장 높다.

정부가 시행하는 건강검진에서 40대가 새로 당뇨병·고혈압으로 판정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남성은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비율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비만율도 최상위권이었다.

건강검진에서 당뇨병·고혈압 판정 비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1일 발간한 '2016년 건강검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건강검진을 받은 1371만명 가운데 55만8000명이 고혈압·당뇨병이 의심돼 2차 검진을 받았다.

그 가운데 40대가 13만6592명으로 50대(17만5110명)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검진 결과 실제 당뇨병·고혈압으로 판정받은 비율은 40대가 각각 54.2%,56.4%로 모든 연령대 에서 가장 높았다.

고혈압 판정자 가운데 61.6%, 당뇨병판정자 56.3%가 40~50대 중년이었다.

기존에 당뇨병·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은 2차 검진 대상이 아니다. 만성질환을 새로 발견하는 사람 절반 이상이 중년층이라는 뜻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고령층 위주로 만성질환을 앓았는데, 점차 연령대가 낮아져 중년기부터 만성질환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40대 남성 가운데 절반(46.5%)은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서 현재 흡연율이 가장 높았다. 40대 남성 절반(44.8%)은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으로판정돼, 30 대(46%)에 이어 가장 높았다.

흡연·비만은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지난해 일반 건강검진에서 정상(건강 양호·건강에 이상 없으나 관리 필요) 판정을 받은 경우는 42%에 그쳤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질환이 있거나 질환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정상 판정 비율이 49.4%였는데 5년 만에 7.4%포인트가 뚝 떨어졌다.

건보공단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 가운데 고령층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건강검진을 받은 전체 인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20.5%에서 2016년 23.9%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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