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자체제작 매뉴얼따라 지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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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자체제작 매뉴얼따라 지진 이겨냈다
  • 안경희 기자
  • 승인 2017.12.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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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앙지 불과 3km’건물외벽 와르르
10분도 채 안돼 운동장 집결‘경상 4명뿐’
‘경주지진 반면교사’4차례 대피 훈련
교직원·학생 한몸 즉각 휴교·귀가조치

10분도 채 안돼 운동장 집결 네차례에 걸친 지진 대피 훈련으로 지진발생 10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학생 3000여명이 무사히 운동장에 대피했다.

지난 15일 오후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동대 캠퍼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진앙에서 불과 3㎞ 거리였다. 바깥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고 건물 외벽이 우르르 떨어져 나갔다.

학생들이 지진으로 흔들리는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서 화제가 됐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탱크가 지나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진동이 10여초간 울리다 건물유리창이 물결치듯 심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당장 붕괴될 듯 위험해 보이는 한동대 건물에 비해 인명 피해는 극히 적었다. 경상 4명이 전부다. 학생들과 교직원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만든 지진 매뉴얼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동대는 올 초 재해 대응 매뉴얼을 완성하고 네 차례에 걸쳐 대피 훈련을 했다. 한동대 교직원들이 학교시설과 외부기관 안내 등이 담긴 전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총학생회가 학생 대피안내·정보전파·구호물품전달 ·안전귀가 등을 위한 세부적인 안을 작성했다. 한동대가 지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학부생 3600명 중 약 3000명이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김기찬 한동대 총학생회장은 "많은 학생이 단체 생활을 하고 있어 재난이 왔을 때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봤다"며 "올 초 학생들이 앞장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4쪽짜리 안전 매뉴얼에는 비상 상황 시 행동 요령이 자세히 나와 있다. 총학생회 집행부는 각 강의동앞에서 학생들의 대피를 돕고, 지원팀은 비상 물품 배부, 글로벌팀은 외국인 학생 통역, 교내팀은 학교 교직원에게 협조 사항을 요청하도록 짜여 있다. 매뉴얼에는 강의동 별 대피장소 뿐 아니라 대피때 학생들을 안내해야 하는 총학생회 집행부 학생들의 위치 24곳도 정확하게 지정해놨다.

지난달 15일 강진이 발생하자 매뉴얼은 현실이 됐다.미리 훈련을 받아본 학생들은 매뉴얼대로 일사불란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조하은(22)씨는 "건물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놀라서 멍하게 서 있었는데 지진 대피 훈련을 받아 본 다른 학생들이 '빨리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소리를 쳤다"며 "건물 밖에서는 총학생회 학생들이 경광봉을 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3000여명이 운동장에 집결했다. 네 차례에 걸친 대피 훈련으로 학생들이 미리 대피경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혼란이 적었다.운동장에 모인 뒤에는 현장에 없는 학생들을 파악하는 절차를 밟았다. 한동대는 1995년 개교 이래로 학년·전공을 섞어 30~40명을 한 팀으로 구성하는 팀제를 운영한다. 팀끼리 모인 학생들은 현장에 없는 팀원에게 연락했다.

각 팀장이 강의실 문이 고장 나거나 승강기에 갇혀 대피하지 못한 학생들의 상황을 총학생회에 알렸다.

함께 운동장에 모인 교직원들은 곧바로 회의에 들어가 휴교 결정을 내렸다.

지진이 나고 50여분 만이었다. 학생들은 10명씩 안전모를 쓰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 짐을 꾸려 나왔다. 학생회에 서 대절해둔 대형 버스 30여대에 나눠타고 포항역과 포항시외버스터미널로 빠르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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