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다지만 서민 일자리만 14만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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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다지만 서민 일자리만 14만개 날렸다
  • 김태영 기자
  • 승인 2018.04.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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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고용지표 세부항목 자세히 분석해보니

막대한 예산 투입 실업난 최악
일용직·아르바이트 가장 타격
반기업·친노동 정책 고용 위축
상용 근로자 증가폭도 연속↓
건설경기 둔화 주택 물량 감소
임시·일용직 50대 실업률 악화
정부 “공시생 실업자 집계 여파”

지난 3월 고용지표의 세부 항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현 정부 일자리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서민일자리부터 급감하고,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일자리는 증가 폭이 미미하다. 인구구조 변화 영향이 큰 점도 있지만 예고된 사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업난 악화를 피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서민일자리가 다수 포함된 판매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부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7000명이 감소했다.

두 부문은 제빵원·자동차 정비원·매장 판매원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직군이 다수 포함됐다. 사회적으로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 해당 분야 취업자 수 감소 폭이 급증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사라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22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명이 줄었다. 이 부문 역시 일용직 비율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 업종이다.

학력별 실업자 수를 보면 중졸 이하 계층에서 전년 대비 52.4%(5만4000명), 고졸은 16%(7만2000명)가 늘어났다. 반면 대졸 이상에서는 1%(6000명)가 감소해 실업난 양극화 현상을 나타냈다.

15~19세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7.6%(2000명) 줄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감소 폭이 컸던 것도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해석된다. 10대 후반 취업자들이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일용직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수혜층이 돼야 할 서민층 일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진 셈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적응할 방안을 찾는 것이 당연하고,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인력을 줄이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반기업·친노동 정책이 계속 펼쳐질 것을 우려한 고용주들이 채용을 꺼려 결과적으로 고용이 위축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민일자리는 물론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관련 통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정규직 임금근로자를 뜻하는 `상용근로자` 증가 폭은 2년 연속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용근로자 수 증가율은 2016년 3월 3.7%를 기록한 후 2017년 3월 3.1%, 2018년 3월 2.3%에 그쳤다. 산업별 구분에서도 선호 직군이 많은 산업의 성장세는 더뎠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455만4000명, 정보통신업(통신, 컴퓨터, 시스템 통합·관리 등) 취업자는 81만명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0.3%, 2% 느는 데 그쳤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경제정책 양대 축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은 계속해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나머지 한 축인 혁신성장을 이끌기 위한 규제 완화, 연구개발(R&D) 지원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같은 정책 방향성이 일자리 시장에서도 영향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달 고용지표 악화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도 있었다.

지난해 3월 취업자가 무려 16만7000명이나 늘었던 건설업은 지난달 증가 폭이 4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건설경기 둔화로 주택 착공 물량이 감소한 탓이다. 이로 인해 아파트 공사현장의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50대 실업률이 많이 악화됐다. 공인중개사가 포함된 부동산업 취업자도 지난해 3월 7만9000명 증가에서 지난달 3만명 감소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고용지표가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우선 50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아지며 이들이 퇴직 후 비경제활동인구·실업자로 잡히는 통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50대, 60세 이상 실업자는 각각 13만6000명, 11만1000명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 3월에는 각각 18만2000명, 16만4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황인웅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지난달 고용지표가 부진했던 것에 대해 "지난해 1분기 고용지표가 좋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국가공무원시험이 2월에서 3월로 옮겨지며 응시생들이 대거 실업자로 집계된 것 등의 여파가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실업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당 근로시간 단축 시행 계획 여파로 54시간 이상 근로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6%나 감소한 475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대신 1~17시간, 18~35시간, 36~53시간 근로자 비중은 모두 상승했다.

지난달 시·도별 실업률을 살펴보면 대구(5.7%) 서울(5.5%) 경북(5.4%)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제주(2%) 강원(2.7%) 세종·충북(각각 3%)이 낮게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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