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깎아 태양광 시설…큰 비도 아닌데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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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깎아 태양광 시설…큰 비도 아닌데 와르르
  • 김태영 기자
  • 승인 2018.07.1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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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나무 죄다 베어내자 지반 약해져 화 불러
주민 “울창한 숲 없애는 것이 친환경 이냐”울분
작년 한 해 태양광 설치로 사라진 산림 여의도 5배

산비탈에 나무를 뽑고 설치했던 태양광 패널이 이틀간 95㎜ 쏟아진 비에 무너져내렸다. 지난 2~3일 내린 비에 경북 청도군 매전면의 야산에 설치됐던 태양광 패널이 붕괴해 흙더미 위에서 나뒹굴고 있다. 시설을 설치하면서 나무를 베어내 큰 비가 아닌데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전국에 태양광 산사태 비상이 걸렸다

. 매전면 같은 위험 지역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무리한 재생에너지 확대 이후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태양광 설치로 사라진 산림은 여의도 면적의 5배다.

심지어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일도 속출했다. 지난 5월 경기도 연천군의 한 야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지역에서도 봄비에 산사태가 났다.

같은 달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의 한 야산에서도 이틀 동안 내린 약 50㎜의 비로 태양광발전 시설 공사장 축대와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경북 청도군 매전면의 한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지역엔 부서진 태양광 패널과 나무둥치가 흙더미와 뒤섞여 있었다.

전날 새벽 2시쯤 발생한 산사태의 결과다. 토사 200t이 왕복 2차선 국도를 덮쳤고, 인근 과수원에도 밀려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청도군엔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2일부터 이틀간 총 95㎜의 비가 내렸다. 시설을 설치하면서 나무를 베어내는 바람에 장마철이나 태풍 때 흔히 나타나는 강수량에도 무너질 정도로 지반이 약해진 것이다.

청도군은 "태양광발전을 설치한 2만8700㎡ 중 7000㎡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곳 태양광 발전시설은 2017년 1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11월 준공 예정이었다.

청도군 매전면 주민 김모(58)씨는 "진작 나무 벨 때부터 무슨 짓인가 싶었다"며 "울창한 나무를 죄다 베어내는 것이 친환경이냐"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림 태양광은 20년이 지나면 전원주택 등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는 현행법을 악용한 투기성 설치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 정도 비에 산사태가 나는데 더 큰 태풍이 오면 어떨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도군에서 일어난 산사태는 이미 예정된 인재(人災)였다. 산림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설은 산사태를 막아주던 나무를 베고 산비탈을 깎는 바람에 지반이 약해져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조차 이런 점을 우려해 지난 5월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 등은 합동으로 '산림 태양광 발전 사업 후에는 산림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원상 복구 비용 부담을 늘려 사실상 산림 태양광 사업을 못하게 한 것이다.

산림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면적 외  하지만 이미 전국 산림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한 해 30㏊에 그쳤던 산림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면적은 2014년 175㏊, 2015년 522㏊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작년엔 전년도의 3배, 7년 전의 48배인 1434㏊의 산림이 사라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끌어올리는 '재생에너지 3020'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20년간 고정 가격에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주기로 하자, 전국 산림에 우후죽순 태양광 발전 시설이 난립하게 됐다.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한국전력이 최대 20년간 고정 가격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주기로 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며 "땅값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은행 예금이자의 5~10배에 달하는 10~20%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태양광발전 비중을 늘리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태양광 난개발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앞으로 산사태가 더욱 빈발할 것이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번 산사태가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속도전'에 대한 경고음이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 청도군 관계자는 4일 급히 청도군 산사태 현장을 찾아 사고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4~6월 산사태 위험 예상 지역을 선별해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태양광발전 구조물 안전점검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산림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로 인한 토사 유출 피해 등 부작용 해소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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