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효도르 시대 가고 '괴물' 레스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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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효도르 시대 가고 '괴물' 레스너 시대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0.07.1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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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능 여우 고릴라' 브록 레스너(33·미국)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UFC 116 'LESNAR vs. CARWIN'이 끝난 지도 며칠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은 당시의 충격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고 ‘데일리안’이 보도했다.

레스너는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4·러시아)-'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6·크로아티아) 등과 다른 스타일로 헤비급 MMA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표도르와 크로캅이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테크닉과 희소성 있는 타격으로 인기몰이를 했다면, 레스너는 가장 원초적인 '육체적 능력'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피드와 비상한 머리까지 갖춘 괴물
191cm 키에 엄청난 근육질 육체를 자랑하는 레스너는 평소 체중이 130kg 정도지만, 경기가 임박할 땐 훈련에 열중하며 체중을 120Kg까지 감량한다. 하지만 당일엔 다시 평소와 같은 수준까지 회복돼 상대 선수들을 압도한다. 그야말로 골격이나 몸의 두께는 다른 선수들과 격이 다르다.

물론 격투기는 단순히 덩치가 크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종목은 결코 아니다. 자이언트 실바(47·218cm)-줄루(32·180kg) 등과 같이 크고 느리기만 한 선수들은 오히려 작은 선수들이 쇼맨십을 발휘하는 데 조연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러나 레스너는 차원이 다르다. 괴력뿐 아니라 체구에 맞지 않게 엄청난 스피드와 운동 능력까지 겸비했다. 130kg의 근육질 거한이 날렵한 몸놀림으로 이른바 '화물차 태클'을 들어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오싹할 정도다. 전 WWE(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슈퍼스타 출신으로서의 경험과 아마추어 레슬러(전미 대학선수권 우승자 출신)로서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는 단순한 거인들과는 레벨 자체를 달리하고 있다.

여기에 무척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기술 습득부터 전략을 짜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탁월하다. 인간의 두뇌를 갖춘 영악한 돌연변이 고릴라라는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레스너는 지난 'UFC 116'대회를 통해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었던 '난적' 쉐인 카윈(34·미국)을 '암 트라이앵글 초크(Arm-Triangle Choke)'로 잡아낸 것. 듬직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펀치와 만만치 않은 태클 방어력을 지닌 그는 예상대로 힘든 상대였지만,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2라운드에서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물론 레스너는 카윈전을 통해 약점도 노출했다. 풍부하지 못한 경험 탓에 상대 펀치에 등을 돌리며 피하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힘 대결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윈은 2라운드까지 체력을 유지하지 못했고, 결국 강인한 체력을 지닌 레스너의 승리로 끝났다.

레스너는 카윈의 '해머펀치'를 몇 차례 제대로 얻어맞은 것을 비롯해 한참동안 파운딩 세례까지 당했음에도 괴물 같은 맷집으로 버텼다. 그러나 카윈 같은 스타일이 매우 드물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향후 이런 식으로 레스너를 괴롭힐 선수는 좀처럼 찾기 힘들 전망이다. 카윈의 펀치도 견뎌낸 레스너를 타격으로 눕힌다는 건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괴물사냥 노리는 '복병' 케인과 산토스
이제 팬들의 관심사는 누가 레스너를 잡아낼 수 있느냐에 쏠린다. 파워-스피드-운동 능력에 체력과 영악함마저 갖춘 괴물이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대항마들은 하나둘 낙마하고 있다.

카윈의 다음 상대는 케인 벨라스케즈(28·미국)가 유력하다. 'UFC판 표도르'로 주목받을 만큼 뛰어난 레슬링 실력에 타격 능력까지 일취월장하고 있는 차세대 황제 후보 중 한명이다. 강인한 체력은 물론 좋은 맷집에 위기 관리능력 또한 뛰어나 테크닉만큼은 UFC 헤비급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하지만 185cm, 110kg으로 체격이 다소 작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마음에 걸린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는 그가 레스너와 맞붙을 경우 힘에서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물론 그가 초반 맹공을 견뎌내며 레슬링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카윈보다 더 위협적인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스피드가 발군인 케인이 아웃파이팅으로 스탠딩 상태에서 레스너에게 꾸준한 데미지를 주고 경기를 후반까지 끌고 갈 경우 승리의 여신은 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케인마저 무릎을 꿇는다면 다음 주자는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26·브라질)다. 193cm의 훤칠한 신장을 갖춘 그는 강한 맷집과 매서운 돌주먹으로 UFC헤비급 최고의 타격가로 등극한 상태다. 한방의 파워는 카윈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기술적인 타격을 구사해 아무리 레스너라 할지라도 스탠딩에서 카운터를 얻어맞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산토스는 그라운드에 대한 검증이 아직 남아 있다. 스탠딩 상황에서는 당연히 타격가 스타일인 그가 레스너보다 우위에 있지만 '테이크다운(take down)'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상위 포지션을 넘겨주게 된다면 패배는 피할 수 없다.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30·브라질)를 상대로 어느 정도의 그라운드 회피력을 보여줬지만, 문제는 레스너가 그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정리=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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