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정책 원자력 학회 쑥대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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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정책 원자력 학회 쑥대밭으로
  • 김태영 기자
  • 승인 2018.09.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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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카이스트 연구의 맥 끊길 위기

‘탈원전 반대’ 적폐로 몰아부쳐
인재양성 시스템 뿌리째 흔들
전국 3000명 원자력 공학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

서울대
카이스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은 원자력 학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분야 인재 양성소 역할을 해 온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연구의 맥이 끊길 위기다.

서울대에서 1500명, 카이스트에서 1000명이 넘는 석·박사가 배출됐다. 고리 1호기 운전, UAE 원전 수출 등 역사적인 현장에 이들이 있었다.

2012년 원전 정전 사고 등을 거치며 '원전 마피아'라는 이름이 붙더니 정권이 바뀌면서 '적폐' 딱지가 붙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업계에선 과거 성적서 위조나 납품 비리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자정 노력을 해왔다"며 "요즘엔 탈원전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적폐로 몰아붙이고, 생산적인 토론조차 막는다"고 했다.

60년 동안 원자력 산업을 지탱해온 인재 양성 시스템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국 16개 대학 3000명에 이르는 예비 원자력 공학도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카이스트에선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학부생 94명 중 아무도 원자력 전공을 택하지 않았다.

한 서울대 재학생은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와 공부했는데 졸지에 '나쁜 사람'이 됐다. 미래가 없는 분야가 돼버리니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내치기만 하면, 그다음엔 어떡하나

과잉 엘리트주의의 폐해는 분명하다. 과거 육사 출신 장성들은 사조직 '하나회'를 결성해 핵심 요직을 독점했다.

 '모피아'라 불리는 재무부 출신 관료들은 거대한 세력을 구축해 장차관은 물론 산하 금융기관장까지 독식한다는 비판이 높다.

하지만 엘리트를 '청산'하고 난 뒤,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새로운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나 철학 없이 기존 엘리트를 내치는 데만 급급하다면, 그 후과(後果)는 국민이 짊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빈자리는 시민단체나 정부와 '코드'가 맞는 정치인 등 외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미·중·일·러 4강(强)의 대사는 모두 비(非)외교관 출신이다.

지난 6일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 중 순수 관료 출신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 2명에 불과하다.

시민단체 출신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사태를 놓고 잇따른 '헛발질'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았다.

그는  환경단체의 사퇴 요구까지 받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엘리트들은 떠나고 있다.

주한규 교수는 "원전 설계업체는 이미 일감이 떨어져 중동으로 인재 탈출이 시작됐다"고 했다.

관가에서 올해 8월까지 재취업 심사를 받은 공직자 숫자는 713명으로 전년 동기(385명)의 1.9배다.

세종시의 한 사무관은 "많은 관료를 적폐로 보고, 검찰 수사까지 몰고가는 상황에 체념한 공무원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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