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신 양준혁’ 삼성의 전설이 되다
상태바
‘양신 양준혁’ 삼성의 전설이 되다
  • 정리=김기환 기자
  • 승인 2010.10.02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유난히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은퇴를 선언하고 그라운드를 떠나 팬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영원히 그라운드를 누빌 것만 같았던 스타들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 속에 화려하게 혹은 조용히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중 야구의 신으로 불릴만큼 양신이라 불린 사나이 양준혁. 충분히 현역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양준혁이지만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난 7월 은퇴를 선언했다.
양준혁의 성적은 잘 알려진대로 타격 거의 전 부문에서 통산 최다 기록을 가질 정도로 뛰어났다. 오래 야구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야구를 잘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타고난 신체 덕분에 아프지 않았고, 꾸준한 노력으로 다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준혁은 1인자가 아니었다. 양준혁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는 “양준혁은 자신 스스로를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며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양준혁은 수많은 골든글러브와 타격 부문 개인 타이틀을 수상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MVP를 타지 못했다. 정규시즌 MVP도, 한국시리즈 MVP도, 올스타전 MVP도 항상 양준혁을 피해갔다. 18시즌을 뛰는 동안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상이 MVP였다.

기회는 있었다. 데뷔 첫 해 였던 1993년. 양준혁은 신인왕은 물론이고 MVP를 노릴 만한 성적을 올렸다. 타율 3할4푼1리에 23홈런, 90타점.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1위였다. 득점, 타점, 홈런은 2위였다. 리그를 지배했다. 홈런은 5개 뒤졌지만 타점은 겨우 1위에 1개 뒤졌다. 홈런, 타점 1위는 팀 선배인 김성래였다. 그리고 1993년 정규시즌 MVP, 또한 김성래에게 돌아갔다. 양준혁은 신인왕을 탔다.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기록은 사실 2006년 류현진 보다 13년 앞서 양준혁이 세웠어야 맞다.

삼성의 한 코치는 “그때 팀 내부적으로 MVP와 신인왕을 한 팀에서 모두 따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MVP는 김성래, 신인왕은 양준혁, 이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MVP 김성래 밀어주기가 있었다. 그 코치는 “당시 타점 부문에서 김성래 밀어주기가 있었다. 그래서 김성래가 타점왕을 따냈고, 결국 MVP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양준혁은 이후 계속 2인자에 머물렀다. 정규시즌 MVP를 팀 내부 결정에 의해 놓친 뒤 단 한번도 MVP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을 위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양준혁은 이후 선수협 파동으로 트레이드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2001시즌이 끝난 뒤 LG에서 FA 자격을 얻었을 때도 보이지 않는 구단 끼리의 ‘담합’ 때문에 새 팀을 얻지 못했다. 뉴욕 메츠로부터 영입제의가 있었고,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때 삼성에서 영입을 타진했다. 양준혁은 자신을 버린 삼성에 미련없이 복귀했다.

양준혁은 “만약 그때 삼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야구를 계속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갈 데가 거기밖에 없었다. 뉴욕 메츠”라고 덧붙였다.
양준혁에게 있어 삼성은 애정과 아쉬움이 섞인 팀이었을지 모른다. 양준혁은 삼성에 입단하기 위해 영남대 졸업 뒤 드래프트 대신 상무를 택했다. 1년을 쉰 뒤 삼성에 입단했지만, 시즌 막판 결국 다시 오지 못한 MVP의 기회를 선배에게 양보했다.

후배들을 위해 나섰다가 괘씸죄에 걸려 일방적인 트레이드를 당하기도 했다. 트레이드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3년을 떠돌다 다시 돌아온 팀에서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었다. 우승을 했지만 9년 동안 지켜 온 3할 타율을 놓쳤다. 그리고 2010년, 양준혁은 선수 생활 대신 은퇴를 택했다. 이 또한 자신 보다 삼성을 위한,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억울하지 않을까.

양준혁은 “나는 2인자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있어서 항상 내 선택은 최선이 아닌 차선이었다. 대학교를 갈 때도, 상무를 갈 때도 그렇다. 그리고 이번 은퇴도 최선이 아닌 차선을 위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양준혁은 “그리고, 난 이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준혁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언제나 최고였음에도 최고가 아닌 두번째의 위치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쌓고 쌓아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리=김기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