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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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 유수원
  • 승인 2009.04.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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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서(後漢書)의 양진전(楊震傳)에는 천지지지(天知地知: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지아지(子知我知:네가 알고 내가 안다)란 표현이 있다. 후한(後漢)시절 박학하고 청렴결백하여 ‘관서지방의 공자(孔子)’라 불리던 양진이 태수로 임명되어 임지로 가던 도중 창읍(昌邑)에서 묵게 되었다. 양진이 관리로 발탁했던 왕밀(王密)이 방문했다.

지난 일로 담소하던 왕밀이 소매속에서 황금 열근을 꺼내 내밀었다. 양진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준비한 사은품이었다. 양진은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알지 않는가” 이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매사에 근신하라는 처세훈(處世訓)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부인 권양숙씨가 박연차회장의 돈을 받아썼다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임기 내내 과거의 정치는 특권과 반칙이 횡령했던 ‘더러운 것’으로 규정하면서 우리의 현대사(史)도 기회주의 세력이 판을 친 오욕의 역사로 성토했다. 청렴·정의의 화신이 퇴임 1년 2개월 만에 수뢰를 시인하고 나섰다.

대검 중수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서 먼저 돈을 요구해 10억원 상당의 달러와 원화를 가방을 담아 한번에 전달했다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했다. 부인이 요구한 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검찰이 ‘감’도 안되는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일까. 구린 것이 없다면 거친 반격이 나옴직 한데 침묵하는 것을 보면 사실관계는 분명해 보인다.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존립의 주요기반으로 삼아오던 좌파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차떼기 정당으로 비난하던 한나라당의 수법은 차라리 순진하다. 수뢰액수의 과다(過多)는 차치하고 받는 수법의 교활함이 도덕성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의를 참칭한 죄(罪)는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논리의 일단은 수긍할 수 있다. ‘노무현 부류’들의 정의는 양파처럼 껍질이 많은 것인가.
“부인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애틋한 부정(夫情)인가. 아니면 교활한 말장난인가의 판가름이 주목된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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