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보물로 처음 지정된다
상태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보물로 처음 지정된다
  • 김태영 기자
  • 승인 2018.11.08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이 지나도 ‘신라인의 미소’ 는 깨지지 않습니다"

   이마와 두 눈,오똑한 콧날
   선한 눈 아래 미소 머금어
   두 뺨의 턱선도 조화 이뤄
   신라 와당 기술 대표작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주면/ 천 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이봉직의 동시 '웃는 기와'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신라 문화재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를보고 쓴 것이다.

신라 천 년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이 문화재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2일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수막새란 둥근 형태의 와당으로, 목조 건축의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됐다.

일제강점기 경주 흥륜사지에서 출토됐다고 알려진 이 수막새는 1934년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田中敏信)가 경주의 한 골동상점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다가 박일훈(1912~1975)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노력으로 1972년 국내로 돌아왔다.

와당 제작틀(와틀)로 찍어낸 일반적 제작 방식과는 달리 손으로 직접 빚은 수막새로, 신라의 우수한 와당 기술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초등학생도 알 만큼 유명한 이 작품이 환수 46년이 지나서야 보물로 지정되는 이유는 뭘까?

국립박물관 소장품은 소장자가 굳이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상당수가 지정에서 누락돼 있었고, 최근 와서야 하나둘씩 새삼스레 보물로 지정되는 추세다.

1970년대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으나 2014년에 와서야 보물로 지정된 '농경문 청동기'(보물 1823호)가 대표적인 예다.

또 하나, 기와 조각은 옛 건축물이 있던 발굴지에서 흔하게 쏟아져 나오는 유물이라 이 중 특정 유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수막새는 틀로 찍지 않고 손으로 빚었다. 왼쪽 하단 일부가 사라졌으나 선한 눈 아래 살짝 머금은 미소가 아름답다.

문화재청은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에 대해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와 두 뺨의 턱선이 조화를 이룬 모습 등 숙련된 장인의 솜씨가 엿보인다"며 "신라인들의 염원과 인간적인 모습을 구현한 높은 예술적 경지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발길에 채이던 기와 조각' 중 하나가 뒤늦게 '예술품'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군위 법주사 괘불도' '예산 대련사 비로자나불 괘불도'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경선사명(銘) 청동북' '장철 정사공신녹권'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