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잃은 公人의 추한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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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잃은 公人의 추한 ‘뒤끝’
  • 김종서
  • 승인 2009.04.18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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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취재국장
우리 일상생활에서 ‘돈이 원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돈이 원수다 는 말은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을 시사한다.
돈이 있었다면 이런 고충을 겪지 않았을 텐데…. 라는 결핍의 입장과 돈이 없었다면 이런 불행은 겪지 않았을 텐데…. 라는 원망의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돈이 원수인 경우를 노무현 게이트와 포항시 전·현직 공무원, 시의회 의원, 울진군의회 의원과 사무국 직원들의 각종 형태의 비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검은 돈의 유혹은 중앙이나 지방을 막론하고 벌어진다.

최근 포항시 전 현직공무원들(8명)이 아파트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억대 뇌물을 받았다가 줄줄이 검찰에 구속됐다.

또 이 비리와 관련해 포항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이 뇌물성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서 기관 경고를 받기도 하여 포항시와 시의회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지역민들의 위상까지 동시에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다.

공인의 책임감 망각으로 부정한 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청한 망신살로 평가된다.
포항과 인접한 울진군 의회에서도 웃지 못 할 혈세 횡령 사건이 벌어져 돈이 원수가 되고 있다.

울진군 의회 의원과 의회 사무과 직원이 짜고 공금을 마치 사비처럼 물 쓰듯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울진경찰서는 지난 5일 군의회 업무 추진비 2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 반기 의장 사모씨(60)와 사무과 직원(공무원) 5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가관인 것은 업무 추진비로 군 의원 8명의 부인에게 준 28만 원 짜리 금반지 8개 값을 혈세로 결제했다는 것이다.

또 군내 식당 12곳을 지정해 군 의원 1인당 100만원씩을 선 결제 해줘 식사를 하지 않은 2명이 현금 150만원을 챙겨 간 사실도 드러났다. 공인 의식이라고 찾아 볼 수 없어 시정 잡배의 짓 거리와 다름이 없었다.
최근 나라 전체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돈이 원수가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새 천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당시 순회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 장인의 좌익 활동 경력을 문제 삼아 맹공격을 가했다.

그때 노후보는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하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이 생깁니까.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심판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자격이 없다고 하신다면 대통령 후보를 그만 두겠습니다.”라고 역공을 퍼부었다.
노후보의 이 말은 부인을 지극히 사랑하는 ‘노풍연가’로 불리며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로인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방어 논리로 활용했다. 장인의 좌익 전력까지 인간적 포용으로 감싸며 아내 사랑을 자랑했던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검은돈 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태도를 돌변시켰다.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올린 사과문에서 “저의 집에서 부탁해 그 돈 (13억 원)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돈이 필요했던 것은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툭 까놓고 이야기 한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집사람이 개인적인 빚을 갚으려고 실수를 저질렀는데 나는 모르는 일이다 는 식이다.

재임 당시 9억2천만 원의 재산 신고를 한 노 전 대통령은 아내의 빚 13억 원을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 밀고 있다는 행위가 비겁해 보인다.

‘노풍연가’가 ‘노풍비가’로 바꿔 버렸다. 판사 출신이라 치밀한 법률적 검토아래 방어 논리를 전개하는 듯하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아내를 내세워 뇌물죄 적용 여지를 없애고 특정한 청탁이 전제되지 않은 돈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저런 변명은 궁색하다. 국내의 빚을 갚기 위해 왜 소중한 달러가 필요했는가 말이다. 권양숙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달러로 빚을 갚으면 상대방이 오히려 의심하지 않겠느냐는 검찰 물음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의 얼굴인 청와대에서 검은 돈의 거래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소명하지 않고 검찰의 몫으로 떠넘기는 행위는 마피아 패밀리의 수법과 흡사해 국민들을 실소케 했다.

노전 대통령은 초선의원 시절 불법 비자금 조성 문제로 가진 5공 청문회에서 전 두환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집어던져 일약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그가 세월이 흘러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 안에서 검은 돈을 챙기는 행위를 저질러 자신이 던졌던 명패를 자신이 맞을 판이 됐다.

박연차 회장의 변호인이며 동향의 선배이기도한 박찬종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법대로 검찰의 조사를 받겠다는 것만이 능사다”라며 “모든 것을 스스로 털고 서울 구치소 정문을 노크하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8월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넘어야 할 다섯 가지 고개가 있다”고 말했다. 그 다섯 번째가 게이트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게이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노 씨는 밑도 끝도 없이 임기 내내 정의와 청렴을 참칭했다. 깨끗한 정치 발언으로 국가의 청렴도 높이기에 주력했다. 그러던 그가 안으로는 검은 돈 거래를 묵인하고 있었다는 것은 충격이고 되레 국가의 격을 훼손했다.

푼돈 거래란 인식으로 도덕성 훼손을 방치한 셈이다. 중앙 정치 무대가 노무현 게이트로 시끌벅적하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전 국민들이 촉각을 곤두 세워 지켜보고 있다.

공인에겐 지위에 합당한 품격 유지란 도덕성 의무가 있다. 청렴을 내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몰락은 13억 원 정도를 푼돈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긴 도덕성의 흠결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튼 공인이 품격을 팽개치고 사익(돈에 눈이 멀면)을 돌봄이 빚은 추문의 종착역이 무엇인가를 노무현 게이트에서 생생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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