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벤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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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벤과 노무현’
  • 유수원
  • 승인 2009.04.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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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만언론은 한국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의 성장과정과 선거전략이 천수이벤 타이완 총통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보도했다. 가난한 농촌출신의 수재(秀才), 변호사 출신에 달변, 체제에 저항하다 구속된 전력(前歷), 당선 때까지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는 국내파, 반대파들의 속을 뒤집어 놓은 특유의 말투 등으로 노무현과 천수이벤은 ‘국화빵’이라고 불렀다.

당시 대만의 한국통(韓國通)들은 “한국과 타이완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새로운 타이완’건설을 내건 천수이벤 총통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노 당선자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년 이후 대만과 한국의 최고 권력자의 행로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총통과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의 행보도 그야말로 ‘국화빵’이어서 흥미롭다. 청렴을 부르짖던 ‘대만의 아들’ 천수이벤은 ‘대만의 치욕’으로 전락했다. 천수이벤의 부패스캔들은 가족과 친척이 모두 동원된 특권층 비리의 전형이었다.

부인은 거액의 백화점 상품권을 업자로부터 받아 ‘타이완 옷 로비’사건 주범으로 조사를 받았고, 사위는 주식내부자 거래로 부당이득을 챙겨 구속되었다. 또 천수이벤 부부는 며느리 통장을 통해 3억 타이완 달러(약 110억원)를 해외로 빼돌렸다가 들통이 났다.

천수이벤은 총통선거 유세과정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부인을 극진히 보살펴 여성유권자의 심금을 울렸다.
보기 드문 애처가 이미지를 보이던 그가 “뇌물도 아내가 받았고, 돈 관리도 아내가 해서 나는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천수이벤은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던날 정치적 탄압이라며 “대만만세”를 불러댔다. 그러나 대만인들은 “사법부 만세”를 외쳤다.

2008년 2월 퇴임후 KTX를 타고 봉하마을로 귀향하던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밀양역에서 운집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했다.

“참여 민주주의, 그것 한번 합시다. 제가 개혁하겠다고 했지 언제 경제 살린다고 했습니까”라며 특유의 도발적 ‘귀거래사’를 했다. 이제 자신이 개혁 당하는 수술대에 올랐다. 시간의 역사가 정치적 인물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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