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神을 내치다니…”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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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神을 내치다니…” 분노
  • 함정민 기자
  • 승인 2011.08.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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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팬들, 김성근 감독 경질 항의 소동
▲ SK에서 공식적으로 경질된 김성근 감독

SK팬들이 김성근(69) 감독 경질에 분노를 표출하며 문학구장을 난입하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 1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원정팀 삼성의 2-0 승리로 종료됐다. SK 팬들은 분노하며 경기 시작 후 1회초, 8회, 9회말에 각각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SK팬들의 항의 현수막이 대거 등장했고 관중석에 있던 관중들은 ‘김성근’을 계속해서 외쳤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집에 가려 하지 않고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항의를 계속 했으며 유니폼과 쓰레기를 모아 불을 붙이기까지 해 결국 소방대원들이 출동, 저녁 9시 30분경에 겨우 진정됐다.

SK팬들의 이러한 소동은 김성근 감독의 경질로 인한 것이다.

김 감독은 SK와의 재계약에서 생긴 마찰에 “SK를 떠나겠다”고 발표한 뒤 공식적으로 경질됐다.

김성근 전 SK 감독은 경질되기 2주전 지난 2일 취재진들을 향해 “돈 쓰면 강하고 안 쓰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날은 LG와의 경기에서 4-5 한 점 차 패배를 당한 이튿날로, 이 의미심장한 말을 통해 김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구단의 빈약한 지원이었다.

당시 LG는 넥센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송신영을 앞세워 승리를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이 SK감독으로 있는 동안 FA 영입은 한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2008년을 끝으로는 내부 FA 이진영의 LG 이적을 막지 못했다.

2008년 투수 신윤호, 2009년 외야수 윤재국을 영입하긴 했지만 전 소속팀에서 방출당한 선수들로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나주환의 군입대 공백을 박진만을 영입하면서 메운 것 정도가 손에 꼽히는 SK의 전력보강이다.

구단은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이는 김 감독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김 감독은 구단의 변변치 않은 지원 속에서도 그 만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을 조련하며 지난 4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그 중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세 차례의 우승과 한 차례의 준우승. 김 감독은 중위권인 SK를 단숨에 ‘SK 왕조’로 평가받도록 건설했다.

시즌 초 SK 측은 재계약 방침을 결정하면서 “감독 최고 대우는 당연하다”고 했다.

김 감독이 SK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면 최소 17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SK 구단 측은 재계약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SK는 지난 4년간 ‘SK 왕조’를 이룩한 빛나는 공적을 가진 김 감독과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기본적으로 버릴 수 없는 소신과 원칙이 있다.

너무나 엄격해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모 기업이 직접, 간접적으로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과 상극이다.

선수영입에 대한 지원이 없는 구단은 SK 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SK와 다른 점은 빈약한 지원이 곧 저조한 성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SK는 달랐다. 김성근 감독이 있었기에 빈약한 지원에서도 ‘왕조’로 평가받을 만큼 승승장구했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 줄여서 ‘야신’으로 불린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라는 애칭이 무색하게도 올해까지 무려 12번이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이러니다.

함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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