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 체육 교생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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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 체육 교생 실습
  • 함정민 기자
  • 승인 2011.09.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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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공고서 공개수업…농구실기 직접 시범도
▲ 박태환은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공업고등학교 체육관 강의실에서 교생 실습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국가대표 수영선수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이 체육 교생 선생님이 됐다.

대학졸업을 앞둔 박태환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교생 실습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2008년 단국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박태환은 체육교육과의 일원으로 지난 5일부터 단국공고 1학년 5반 부담임을 맡아 4주간의 교생 실습에 참가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날 1시간 가량 1학년 4반 학생들의 체육수업을 지도했다.

수업은 절반은 수영 이론, 나머지 절반은 농구 실기로 진행됐다.

검은색의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체육관 강의실에 나타난 박태환은 오전 10시 40분부터 수영 지도법 수업을 시작했다. 직접 준비해 온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배포하며 수영의 역사와 특성, 수영장 시설 및 환경적 특성 등 이론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공개수업에 몰려든 취재진 때문인지 수업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카메라가 있으니까 평소와 달리 얌전하고 말이 없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져 긴장을 풀어주며 수업 분위기를 금세 이끌어 나갔다.

이미 2주간 수영선수가 아닌 교생 선생님으로서의 박태환과 친숙해진 학생들은 박태환의 수업에 열중했고 물음에 적극적으로 답했다.

특히 이론 수업 끝에 시간이 조금 남자 2007년 박태환이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당시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막판 50m를 남겨둔 상태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역전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따낸 모습이 화면에 나오자 학생들은 “대단하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태환은 "선생님 잘하지?"라고 물으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업적을 은근슬쩍 자랑하기도 했다.

30분간의 이론수업을 마친 박태환은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농구 실기 수업을 했다.

수준급의 농구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박태환은 잠시 체스트 패스, 땅볼 패스 등 직접 시범을 보여준 후 학생들에게 연습을 시켰다.

이후 코트 절반을 이용해 학생들의 경기에 심판으로 나서 경기 진행을 도왔다.

여유롭게 수업을 진행한 박태환은 수업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웃으며 “첫 수업 때는 학생들의 반응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벽보고 5분 말하기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하루가 지나니 질문도 많이 하고 의사소통도 활발해졌다. 웃으며 반겨주고 인사도 잘 해줘 나 또한 자신감이 생겼고, 갈수록 수업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태환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나 교생실습의 재미에 푹 빠진듯했다. 오전의 교생실습이 끝나면 오후에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계속한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런 생활도 마냥 즐거워보였다.

박태환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며 “선생님이 얼마나 힘든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며 “학교 생활이 너무 재밌고 학생들에게 애정도 많이 생겨서 오후 운동할 때에도 애들 생각이 나 집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밝게 웃으며 “‘내일은 학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하는 생각이 가득하고, ‘학교 선생님을 계속 할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생 실습은 평소 박태환이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던 교수의 꿈을 더욱 부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박태환은 “부모님께서 교수라는 직업을 말씀하실 때는 몰랐는데, 교생을 하면서 교수라는 직업이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며 “체계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수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태환의 지도를 받은 전현우(16)군은 “처음에는 정말 설렜는데 자주 보다보니 존댓말 하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며 “말도 먼저 걸어주고 다가와서 등도 두들겨주신다. 너무 착하시다”고 칭찬했다.

이어 “첫 날은 여학교가 아니라 실망한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괜찮으신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는 김원태(31)교사는 “교생들이 30~40명의 학생들 앞에서 말하기 어려워하는데 박태환 선수는 어색하지 않아 했다”며 “운동 뿐 아니라 지도자로 나가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태환은 이날도 공개수업 후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든 뒤 태릉선수촌으로 이동했다.

박태환은 교생 실습을 마치고 다음달 2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건너가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와 함께 런던 올림픽에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함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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