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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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는가”
  • 뉴시스
  • 승인 2009.05.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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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 조계종정 하안거 법어’ 발표


조계종 법전(83·法傳) 종정이 9일 하안거(夏安居) 결제일(結制日)을 앞두고 법어를 발표했다.

법전은 조주선사와 수유화상의 문답을 예로 들며 ‘조주탐수(趙州探水)’ 공안의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화두 삼아 이번 한 철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하안거 하루 전인 8일 저녁 결제 대중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한다. 이어 9일 오전 10시 사찰별로 방장 등의 결제 법어를 청한 후 3개월 간 참선 정진에 들어간다.

이번 하안거에는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수좌, 즉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 2200여명이 참여한다.
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 동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 하절기 3개월씩 스님들이 외부 출입을 끊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 안거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조주스님께서 수유(茱萸)화상의 방에 올라가 주장자를 짚고서 왔다 갔다 하니 수유화상이 말했습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습니다. “물깊이를 더듬습니다.” 화상이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한 방울의 물도 없거늘 무엇을 더듬는다는 말입니까?” 이에 선사가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고서 내려가 버렸습니다.

수유화상은 조주스님과 함께 남전선사의 법을 이었습니다. 수유화상은 만 가지 계략과 천리의 위풍이 있어서 활시위에 화살을 먹이고서 조주를 만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조주선사 역시 삶과 죽음의 경지에 드나들면서 진을 치고 기를 달고 활과 화살을 갖추고 천하를 휩쓸면서 백 걸음 밖의 버들잎을 떨어뜨리고 천 길 위의 기러기를 떨어드려 백발백중 실수한 일이 없습니다. 수유와 조주가 서로 이미 그런 솜씨가 있기에 본분작가끼리 서로 알아보고서 조주선사가 찾아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눈 대화가 ‘조주탐수(趙州探水)’ 공안의 전말입니다.

방안에서 물깊이를 재고 있는 뜬금없는 조주선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수유화상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주선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은 채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이 법문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이번 하안거 한철동안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란노사주(世亂奴欺主)요 쇠운귀농인(衰運鬼弄人)이로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하인이 주인을 속이고 운이 쇠퇴하니 귀신이 사람을 농락하는구나.

불기 2553(2009)년 하안거 결제일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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