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의 기아’·삼성 격돌 “흥행 보증 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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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기아’·삼성 격돌 “흥행 보증 수표”
  • 유석준 기자
  • 승인 2011.11.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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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 감독
광주에 해가 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직업 중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자리가 어디일까?

여러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프로야구팀 감독도 그 중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만한 유력한 후보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팬들은 그들에게 야구의 신(야신) 이라든지 야구의 왕(야왕) 같은 최상위 호칭을 붙여 찬양하기도 하고, 그들의 판단과 행동에 대해 원색적이고 거침없는 비판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드라마틱한 이력을 가진 선동열 감독이 기아의 감독으로 선임돼 이슈가 되고 있다.

대구를 연고지로 하는 삼성라이온즈 구단이 호남의 대표구단이자 광주연고의 구단인 해태타이거즈의 가장 상징적인 두 인물 김응룡 감독과 선동열 감독을 자신들의 감독으로 중용했을 때 많은 이들은 삼성구단의 지역주의를 초월한 열린 인사에 찬사를 보냈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노이로제를 극복하고 오랜 염원인 우승을 두 차례나 경험하기도 했다.

지고 있는 경기에서는 역전을 노리기보다는 불펜투수를 아끼며 이기는 경기에 집중하고 타격보다는 투수진위주의 팀을 꾸려낸 실리적인 야구를 추구했던 선동열 식 운영은 기존의 막강타력의 삼성라이온즈 팬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전년도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구단은 감독교체라는 강수를 단행했다.

자진사퇴의 형식이긴 하나 사실상 경질을 당하며 앙금을 남기고 물러났다.

그런 그가 광주로 돌아왔다. 기아타이거즈는 지난 10월 21일 조범현 감독의 후임으로 선동열 감독을 선임했다.

내년에 있을 삼성과 기아의 경기는 흥행보증수표가 된 셈이다.

기존의 전통 명문구단 라이벌인데다 지역대립의 중심인 대구와 광주의 연고구단, 여기에 선동열 감독 스토리까지 보태졌다. 화약은 이미 다 준비되었다.

만약 오심이나 빈볼 같은 불씨가 던져지게 된다면?

그동안 우리 관중문화도 많이 성숙됐다. 지역감정도 정치판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상당부분 극복되었다고도 보인다.

86년 당시 해태 대 삼성 한국시리즈에서의 소주병투척과 구단버스 방화사건과 같은 최악의 사고는 이제 역사속의 유물이 되어 버린 사건 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 기아와 삼성 경기의 인터넷상 분위기들을 볼 때 약간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5.18, 친일파, 전두환 전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 그외 각종 지역비하 단골단어들이 등장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지역연고제인 스포츠에서 지역 간의 라이벌구도는 당연히 생길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더 큰 재미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재미를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은 스포츠는 스포츠로써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할 KBO판 클래식 더비!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유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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