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저득점화 현상,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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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저득점화 현상, 그 이유는?
  • 유석준 기자
  • 승인 2012.01.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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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학 감독
지난 11일 펼쳐진 원주 동부와 안양KGC의 맞대결.

현재 리그 1위와 2위팀의 대결이고 양 팀의 쟁쟁한 스타 선수들로 인해 많은 농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경기를 관전한 이들 중 상당수는 그들의 경기에 실망감을 표했다.

경기는 52:41로 동부의 11점차 승리. 양 팀은 모두 합해 93점을 넣었다. 역대 최저득점 경기인 2011년 동부 대 전자랜드전의 101점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또한 KGC는 총 41점을 넣어 한 팀 최저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3쿼터에는 단 3점을 넣는데 그쳤다.

총 경기시간이 40분이니 1분에 1점을 낸 꼴이다. 농구에서 1골이 2점인것을 감안한다면 산술적으로 2분에 1골을 넣은 셈이다.

최근에 이런 ‘저득점 현상’에 있어서 팬들의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막상 수치를 따져보면 득점은 그렇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작년 시즌 팀 평균득점은 77.8점이었다. 올 시즌에는 다소 떨어진 현재 75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경기당 1골 정도의 감소에 지나지 않는다.

40분 경기를 하는 KBL의 75점은 경기 시간을 미국 NBA를 기준인 48분으로 환산 했을 때 약 90점을 낼 수 있는 페이스로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도 그렇게 크게 떨어지는 수치가 아니다.

그렇다면 팬들은 왜 이렇게 불만을 제기하는 것인가? 이유는 예전보다 답답한 경기내용에 있다. 답답한 경기가 나오는 원인을 진단해 보았다.

■ 1인 용병제
올해는 용병 보유가 팀당 1명뿐이다 보니 그 용병이 컨디션 난조를 보일 경우 팀 전체가 같이 난조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한명의 선수가 전 게임을 거의 쉬지 못하고 뛰다보니 컨디션 관리도 더 어려워 졌다.

또한 다른 성향의 용병을 상황에 맞춰 투입하여 활로를 찾을 수 있었던 작년에 비해 무기력하게 끝나는 게임이 많아 졌다.

■ 슛팅력 하락
대부분의 팀들은 국내선수들이 외곽슛을 담당한다. 하지만 문경은 우지원 이후 정통 슛터의 계보를 이을 만한 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자신감이 떨어져서 노마크 찬스에서도 던지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고 외곽슛에서 에어볼이 나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외곽슛이 침묵하여 상대편의 지역방어에 해법을 찾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에 관해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KBL선수들의 문제다. 노력에 의해 갖출 수 있는 부분이 슈팅능력인데, 대학 때도 연습을 안하고 프로에 와서도 현재에 만족하기에 기량 발전이 없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하였다.

■ 심판의 판정
KBL은 전체적으로 몸싸움에 민감하다. 별것 아닌 상황에서도 파울을 쉽게 불 때가 많다. 경기의 흐름은 자주 끊기고 관중들은 경기에 몰입하기 힘들다. 국제 경기 기준으로 반칙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막상 심판이 몸싸움에 허용하여 파울을 잘 불어주지 않는 경우, 상대편의 수비를 극복하고 공격을 해낼 기술이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반칙을 잘 불지 않으면 오픈 찬스도 잘 나지 않는 지루한 공방전으로 빠져 버린다.

올해 혹평 받는 저득점 경기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심판이 파울을 잘 안 불어 주는 심판 성향의 경기들이었다.

■ 개인기술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초 드리블을 가르친다. 그는 “프로에 와서 드리블을 다시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수비 한 명은 제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프로 선수 아닌가? 과거 선수들은 적어도 내 앞에 수비수를 따돌릴 정도의 기술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 프로 선수들의 1대1능력은 부족하다. 한명을 제칠 수 없기 때문에 찬스를 잡기 위해 공을 더 많이 돌려야 하고 공격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가 나오기 힘든 이유이다.

■ 경기운영
지나치게 안정적인 경기운영도 한몫한다. 이기고 있는 경기의 경우 지공을 선택하여 상대편에게 반격의 기회를 적게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작전일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공격’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끄는 데에만 급급하여 제대로 된 슛조차도 시도하지 못하는 모습은 팬들의 입장에서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농구 시대 출범에 이르기까지 한국농구의 인기는 대단했다. 다시 한 번 그때의 열기를 되살릴 수 있을까?

물론 현재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해줄 많은 팬들이 있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의 인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금 KBL에는 ‘즐거운 농구’가 필요하다.

유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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