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떨림 ·위축되면 ‘루게릭병’ 검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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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떨림 ·위축되면 ‘루게릭병’ 검사해봐야
  • <한국건강관리협회 허정욱 원장>
  • 승인 2019.07.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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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초기에는 증상이나 징후가 뚜렷치 않아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이 의심될경우 전문적인 기관에 도움을 받아야한다
루게릭병 초기에는 증상이나 징후가 뚜렷치 않아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이 의심될경우 전문적인 기관에 도움을 받아야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국내에서 또다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희귀질환인 루게릭병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루게릭병이란 어떤 질병인지 함께 알아보자.

희귀질환인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서서히 근육이 수축하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이를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다.

그렇다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라고도 불리는 루게릭병이란 어떤 질병일까.

■ 철의 사나이도 피해가지 못한 루게릭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이하 루게릭병)이란 운동 신경원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뇌, 뇌간, 척수에 존재하는 운동 신경원이 퇴행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뇌의 신경이 파괴되는 것이다. 또한 전신에 분포한 수의근(의식적으로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근육)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운동신경의 자극을 받지 못한 근육들이 쇠약해지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밖에도 호흡근이 마비되어 호흡 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각신경, 자율신경 등은 침범되지 않으므로 감각이상이나 자율신경장애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 루게릭병의 증상
우리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은 상위운동신경세포와 하위운동신경세포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주먹을 쥐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뇌에서 상부운동신경원을 통해 손 근육을 통제하는 부위의 척수로 ‘주먹을 쥐라’는 명령을 전달한다.

그 다음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는 주먹을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상부운동신경원이 망가지는 경우, 예컨대 뇌가 망가지면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는 자기 마음대로 근육에 명령을 보내고, 근육은 긴장이 지나쳐 경직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부운동신경이 망가지면 척수는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게 되고, 근육은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된다.

결국 근육은 쇠약해지고, 위축되어 양이 줄어든다.
루게릭병은 상부와 하부의 운동신경원이 모두 손상되어, 이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루게릭병은 점차 진행하는 근육의 위축 및 마비, 경직(뻣뻣해짐)이 기본 증상이다.

환자마다 증상의 주된 부위나 정도가 다르지만 초기 증상이 시작되는 부위에 따라 다리의 힘이 빠져 보행이 어려워진다거나, 팔이나 손의 힘이 빠지거나, 혹은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음식물 등을 삼키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 다른 증상으로 근육이 이 곳 저 곳 꿈틀거리는 증상(근육섬유다발수축),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점차 주변으로 퍼져 전신의 근육이 마르고 힘이 빠지게 된다.

일부의 환자에서는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는데, 대부분 경미해서 뇌의 앞부분인 이마엽(전두엽) 기능을 정밀하게 검사해야 확인되는 수준이다.

약 5%의 환자는 인지 기능 장애가 심해 성격 변화, 사회생활 능력의 소실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마관자엽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진단을 받기도 한다.

■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큰 두려움
루게릭병은 전 세계에서 발병 후 꾸준한 속도로 진행하여 3~4년이 지나면 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살기도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 박사다.

루게릭병은 매년 10만 명 당 1명꼴로 발병하며,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는 세계 전체 인구 중 10만 명 당 4명에서 8명꼴이다.

평균 발병 연령은 50대이나, 30대에도 발병할 수 있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률이 증가하고 남녀 비는 1.3:1 수준으로 남성의 발병률이 좀 더 높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2,500명의 환자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다.

그렇다면 루게릭병은 왜 발생할까? 루게릭병에 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에 따라 몇 가지 가설에 기대 추론해 볼 뿐이다.

1. 글루타민산 과잉설
손발을 움직이라는 전기신호는 뇌에서 발신되어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해진다. 글루타민산은 이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역으로 신경을 파괴해 버린다.
다시 말해 대량의 글루타민산에 의해 운동 뉴런이 파괴된다는 설이다.

2. 신경영양인자 결핍설
신경을 성장시키거나 상처가 난 세포를 회복시키는데 필요한 영양성분이 결핍됨으로써 운동뉴런이 파괴된다는 설이다.

3. 가족성/유전성설
루게릭병이 유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소수의 환자가 부모로부터 루게릭병을 이어받은 경우가 있다.

4. 그 외의 학설
바이러스 감염설, 환경오염으로 인한 중금속 축적설, SOD1 유전자 변이 등

■ 루게릭병의 진단
자기공명영상이나 혈액검사로 루게릭병을 진단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증상과 함께 경험 많은 의료진에 의한 신체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

또한 증상이 비슷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으로 얼굴이나 혀, 팔과 다리의 근육 위축과 함께 근력이 저하되었는지, 그리고 근육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팔다리의 강직이나 건반사가 증가되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한다.

또한, 동반 증상으로 울음이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쉽게 터트리는 경우가 있는데 진단적으로 중요한 소견이다.
안타깝게도 루게릭병 초기에는 증상이나 징후가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신경근전도검사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힘 빠짐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에서도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에 따른 이상 소견을 예민하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진단 도구라 할 수 있다.

10%의 환자에서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가족력이 있거나, 발병 연령이 어리다든지 하는 유전자 이상이 의심될 경우 전문적인 연구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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