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흡연과의 전쟁’ 선포…간접흡연 피해 방지 나서
상태바
전세계에서 ‘흡연과의 전쟁’ 선포…간접흡연 피해 방지 나서
  • 함정민 기자
  • 승인 2012.03.10 2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 파리 공공장소 흡연 땐 우리돈 9억원 벌금 물려

서울 서초구 ‘보행중 금연거리’ 지정, 적발땐 5만원 과태료

각종 암과 질병을 안겨주는 백해무익한 담배.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담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담배의 해로움을 알고 있다.  “흡연자는 살인마!”라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금연구역은 사라지고 흡연구역이 생겨났다. 그 흡연구역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좋을 것 하나 없는 담배, 알면서도 왜 끊지 못하는 걸까?

몰아치는 ‘금연 바람’

전 세계적으로 금연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상점에서 담배를 진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연 촉진 정책을 발표했다.

파리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다 걸리면 우리 돈으로 무려 9억 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이 시행됐다.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올해 더욱 강력한 금연법이 시행될 전망이다. 호주 NSW 주 정부는 버스 정류장, 공공건물 출입구 등은 물론, 어린이 시설 10m 이내 지역, 대중에게 개방된 건물에서 4m 이상 벗어나지 않은 지역을 금연 구역으로 정하고 위반 시 550호주달러(한화 67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금연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금연법은 금연 장소를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야외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11일 서초구는 6월부터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에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까지 이어진 934m 대로변 구간을 ‘보행 중 금연거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구간에서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부산에서도 강력한 금연 조례를 제정해 지난해 12월부터 공원 등 공공장소와 버스 정류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 대해 벌금 2만 원을 물리기로 하고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흡연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행동에 나선 것은 흡연률과 함께 간접흡연 피해를 막아보기 위한 것이다.


담배, 그리고 간접흡연

담배는 각종 암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질환인 비염과 아토피, 천식을 유발하는데다 만성피로까지 악화시키는 등 그 해악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의 천식발병 위험도는 비흡연자보다 5배가 높았는데 이는 담배연기 속의 알레르기 유발물질들이 천식환자의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과 잦은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등 증상을 악화시켰기 때문이었다.

2010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흡연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매년 5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이고, 간접흡연에 의한 사망자 수도 60만명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다.

비흡연자라도 담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길거리에서 담배연기를 잠깐 맡은 것에 불과해도 이미 담배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

담배의 연기는 흡연자가 들이마신 후 뿜어내는 주류 연기와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생담배 연기로 나뉜다. 흡연자를 거쳤다가 나오는 연기가 아닌 생담배 연기는 필터를 통해 유해물질이 여과되지 않아 인체위해성이 더 크다.

문제는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으로 마시는 생담배 연기가 전체 담배연기의 80%에 달한다는 것. 생담배 연기 속 니코틴은 주류 연기보다 21배나 더 많다. 니코틴 외의 유해물질도 15~50배나 더 많다. 국제암연구소는 ‘간접흡연’을 ‘A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간접흡연은 신체부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도 악영향을 미친다. 머리부터 발 끝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 하나 손상되지 않는 부위가 없다.

흡연자가 담배를 흡연구역에서 피우고 돌아왔다고 해서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흡연자의 옷이나 머리카락, 피부 등에 묻어있는 유해물질은 호흡기 등을 통해 쉽게 전달된다. 담배를 피우고 온 사람에게서는 손이나 머리카락, 옷 등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를 통해서도 간접흡연이 될 수 있다는 것.

담배가 심혈관질환이나 폐암 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 있지만 그 외의 질병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접흡연으로 청력이 나빠질 수 있다. 실제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팀에 따르면 비흡연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 니코틴 부산물인 코티닌 양을 분석해본 결과, 이 성분이 많은 사람일수록 청력에 문제를 보였다. 간접흡연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코티닌이 귀로 가는 혈류를 방해해 귀속 기관의 산소를 부족하게 만들었던 것.

또한 지난해 소아과학지에 게재된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에서 흡연 가정 아이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병 위험이 5.9%, 학습장애 위험은 8.2%로 나타났다. 이는 비흡연 가정 어린이의 발병 위험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연구진은 미국에서 나타나는 정신장애 원인 중 2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당뇨병을 가진 환자가 간접흡연을 할 경우 니코틴이 혈당조절을 방해해 합병증 위험이 30% 이상 높아진다.

또 요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 등의 발생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담배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원인 중 하나다.

담배연기 속에는 약 4000여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가운데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물질이 적지 않다. 또 담배연기는 직접적으로 호흡기에 자극을 주어 비염과 천식 뿐 아니라 피부의 아토피와 알레르기 피부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장기 흡연자는 기도수축반응이 정상인보다 크게 일어나고, 기도점막이 손상돼 있어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더욱 취약하기도 하다. 더군다나 간접흡연으로 인해 비슷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고 해도 이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담배 연기의 구성 물질 중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는 심장으로의 산소공급을 줄이며, 인체를 저산소 상태로 만들어 몸에 만성적으로 피로를 축적시키기도 한다.


담배 속 유해물질

담배 잎이 함유한 성분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니코틴이다. 궐련 1개비 속에 0.6∼0.2mg이 들어있다.
소량의 니코틴은 중추 신경을 자극하고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며, 심장 운동을 촉진한다. 그 결과 맥박이 빨라져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양이 증가한다. 또 침의 분비가 늘고 위의 운동이 증가한다. 이것은 니코틴이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코틴의 양이 증가하면 역효과가 일어나 위의 운동을 줄이고 임산부의 경우에 태반의 혈액 흐름을 방해한다.

담배를 처음 피우거나 너무 많이 피웠을 때 가벼운 구토증·현기증·두통이 생기는 것은 니코틴이 신경을 마비시키기 때문. 니코틴의 양이 매우 많을 경우에는 신경이 마비돼 죽게 된다.

담배를 피우면 필터나 파이프가 검게 변하는데, 이것은 담뱃진 때문. 담뱃진이 바로 타르이다. 타르는 200종 이상의 화합물을 함유하고, 담배가 약 880℃로 연소할 때 작은 입자로 연기 속에 존재한다. 타르 속의 발암 물질은 현재 15종류가 밝혀졌는데, 그 중 가장 해로운 것은 3,4-벤츠피렌 또는 벤츠 a 피렌이라는 탄화수소로서 유명한 발암 물질이다.

또 담배를 태울 때에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 이 연기 속에는 일산화탄소가 최고 4만 5000ppm이나 들어있다. 대기 오염이 심할 때라도 하더라도 공기 중 일산화탄소 양은 보통 50ppm 이하이므로 담배를 태울 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일산화탄소가 폐 속으로 들어간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몸 속의 여러 기관으로 운반되는 것을 방해해 가벼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킨다. 이산화탄소는 보통의 대기 오염 상태라도 0.02ppm 이상을 넘지 않는데, 담배 연기 속에는 250ppm이나 들어 있다.


로런스 데이튼 미 식품의약국(FDA) 산하 담배제품연구소장은 “담배 제품은 지금까지 그 구성 성분이 알려지지 않은 유일한 인간의 소비 품목이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담배는 사람의 몸에 직접 들어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식품임에도 흡연자들조차 수 백가지가 넘는 성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즐기는 매우 이례적인 제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담배 안전 관리와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각종 첨가제를 비롯한 담배의 구체적 성분을 관리·규제하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관련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말에만 피운다면?

● 매일 피울 때와 기억력 손상은 마찬가지
도통 쉽지 않은 금연. 그러나 흡연자들 중 대다수는 담배를 끊고 싶어도 의지가 부족해 금연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으니 건강을 위해 일주일의 5일은 금연을 하고 주말에만 피운다는 타협책을 생각해냈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일 피우든, 주말에만 피우든 최소한 기억력 테스트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데일리메일’의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 연구팀은 28명의 대학생을 3그룹으로 나눠 관찰했다. 주말에만 20개비 안팎으로 피우는 이들, 매일 10~15개씩 피우는 그룹, 전혀 피우지 않는 이들로 나눴다. 이들은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적정한 정도의 음주만 할 수 있게 해 흡연 외 다른 요인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번잡한 시가지 모습을 담은 짧은 비디오를 보여주고 미래의 어떤 시점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이른바 ‘미래계획 기억(prospective memory)’을 측정했다. 그 결과 비흡연자들에 비해 두 흡연 그룹은 현저히 나쁜 성적을 나타냈다. 그리고 두 흡연자 그룹 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뮤지컬에서 지문 등 상세한 부분을 기억해 보도록 하는 실험에서도 흡연자들은 59%만을 기억한 반면, 비흡연자들은 81%를 기억했다.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

“전자담배는 피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연기를 낼 뿐이니 해롭지 않다”·“담배와 같은 맛이라도 몸에 해롭지 않다”며 흡연자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전자담배.

그러나 전자담배가 오히려 암과 호르몬 교란을 일으킨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1월 19일 보건복지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73개 업체의 121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 조사대상의 68%인 82개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인 디에틸프탈레이트(DEP), 15개 제품에서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가 나왔다고 밝혔다. 2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도 검출됐다.

극소량이긴 하지만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니트로사민도 4개 제품에서 나왔다. 니코틴 함량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인 전자담배도 있었다. 제품의 45%는 겉봉에 표기된 니코틴 함량과 실제 들어있는 양이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자담배를 관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법적으로 전자담배를 무엇으로 볼지를 규정하지 못한 탓. 현재 국회에는 전자담배를 담배로 못박는 담배사업법ㆍ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건강을 위해 금연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공공장소나 좁은 공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에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구강암, 식도암, 위암, 방광암, 대장암의 원인이 되며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건강하게 장수를 원한다면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정리=함정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