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조작 척결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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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조작 척결 “그나마 다행”
  • 유석준 기자
  • 승인 2012.03.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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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경기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LG의 투수 김성현(좌)과 박현준(우)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이 일단락 되어가는 분위기이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더 이상의 추가 브리핑은 없을 것이며 오는 14일에 프로배구와 야구에 대한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이로써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프로야구 조작사건은 2명의 투수가 기소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될 전망이다.

아직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개운하지 못한 모양새로 완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남긴 여운을 한번 되짚어 보고자 한다.


■ 야구는 조작은 불가능하다?
프로야구가 성행중인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미국, 일본, 한국, 대만과 북중미의 나라들을 제외하면 야구선수라는 직업이 있는 나라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그 중 우리보다 역사가 깊은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까지도 존폐문제까지 언급될 정도의 대규모 조작사건이 있어 왔다.

특별히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야구인들은 이런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그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보게 된 야구인들의 대처는 우리 프로야구가 얼마나 승부조작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줬다.

이번 조작설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야구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야구는 승부조작이 매우 어려운 경기라고 했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블랙삭스 스캔들을 생각해 보면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 이야기이다.

대만에서 감독까지 포함하여 팀단위 조작사건이 벌어진 일은 그리 오래된 사건도 아니다.


■ 승부조작? 경기조작!
이번에 기소된 LG의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은 1회에 고의로 볼넷을 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이 때문에 승패를 조작한다는 개념의 승부조작이라는 용어보다는 경기의 내용 일부에 영향을 끼치는 경기조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용어 사용 논란 또한 사태를 축소하고 사건의 본질을 비껴가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경기의 일부를 조작하는 것도 승부조작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는 1회의 조작된 볼넷이 점수로 이어져 결승점이 되어야 승부조작이라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는 말장난일 뿐이다.


■ 영구제명만은…
일부 관계자들과 일부 팬들이 이들의 영구제명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한 포탈사이트에서는 김성현-박현준의 영구제명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야구로 지은 죄 야구로 갚을 수 있도록 다시 기회를 주자는 주장이다.

한편, 류중일 감독은 충분히 속죄하고 난 뒤 다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해서 팬들의 빈축을 샀다.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이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아직 충분히 보급되지 못한 현재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승부조작은 프로스포츠계 입장에서 볼 때 다른 흉악범죄를 뛰어 넘는 가장 최악의 범죄이다. 몇몇 선수의 심각한 범죄행위가 리그 전체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악질 범죄이다.

앞선 조작 사례를 볼 때 이미 침투한 도박 자금들은 선수브로커를 만들어내며 야구 리그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암 덩어리였다.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벌백계하여 제2,3의 조작선수가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 이것으로 끝?
김성현-박현준 이외에 추가 연루 선수가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되어 간다. 그러나 불법 도박 사이트가 성행하고 야구 선수들에게 브로커가 접근해왔던 상황이 존재했던 정황은 명백히 들어났다.

이번에 검거된 브로커와 관련 있었던 선수가 김성현과 박현준이었을 뿐, 다른 브로커가 검거된다면 수사는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승부조작 사건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아직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야구인이 변화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이 조작하는 방법과 상황을 인지하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작을 하려고 해도 쉽게 할 수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30살이 되었다. 앞으로 더 좋은 야구를 위해 언젠가는 겪어야 할 문제였다고 볼 수도 있다. 환부를 잘라내니 리그가 반으로 줄어버린 대만의 사례를 생각하면 아직 암이 크게 자라지 않은 시점이었던 것이 큰 다행이었다고도 보인다.

유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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