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유물, 1600년만에 세상에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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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유물, 1600년만에 세상에 드러내다
  • 뉴시스
  • 승인 2009.06.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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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신라 중장기병 실체 1600년만에 공개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지병목)는 2일 오전 11시 경주 황오동고분군내 족샘지구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중장기병의 말에 착용하는 각종 보호장구인 마구류와 사람이 착용한 철제의 각종 보호장구들인 갑주류 등 중요 유물을 공개했다.사진은 전투에서 장수의 보호를 위해 착용한 비늘식 갑옷인 찰갑.

문화재청(청장 이건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2일 경주 황오동고분군(사적 제41호)내 쪽샘지구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중장기병이 말에 착용하는 각종 보호 장구들인 마구류(馬具類)와 사람이 착용하는 철제의 각종 보호 장구들인 갑주류 등 중요 유물을 공개했다.

이번에 보고되는 유적은 경주 쪽샘지구 내에 위치한 고분으로 일제강점기 때 부여된 고분 호수인 53호분의 동쪽에서 확인된 주부곽식목곽묘(主副槨式木槨墓, 하나의 봉분 속에 2개의 덧널이 있는 무덤구조, ‘쪽샘지구 C10호묘’로 명명)이다.

무덤은 동-서 방향으로 땅을 판 후, 피장자(被葬者, 무덤의 주인공)가 묻히는 주곽(主槨)과 부장품을 넣는 부(장)곽(副葬槨)을 따로 만들었다.

주곽의 크기는 묘광(墓壙, 무덤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판 구덩이) 440cm × 220cm, 목곽(木槨) 380cm × 160cm이며, 서쪽에 위치한 부곽은 묘광 260cm ×220cm, 목곽 210cm × 160cm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주곽에는 마갑(馬甲, 전투에서 말의 보호를 위해 착용된 갑옷)과 찰갑(札甲, 무사가 착용한 비늘식 갑옷) 일체가 완전한 형태로 출토되었다.

마갑은 목곽의 바닥에 서쪽에서 동쪽방향으로 목·가슴부분, 몸통부분(130cm×100cm), 엉덩이부분의 순으로 정연하게 깔려 있다.

몸통부분 마갑 위에는 무덤의 피장자로 추정되는 장수의 갑옷인 찰갑으로 된 흉갑(胸甲, 가슴가리개, 60cm×50cm)과 배갑(背甲, 등가리개)을 펼쳐 깔았는데 둘을 옆구리에서 여미게 만든 이른바 ‘양당식’(?當式, 앞, 뒤 양부분으로 만들어 열 수 있도록 한 모습) 구조이다.

아마도 피장자의 주검은 이들 위에 안치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갑옷의 북편에 환두대도(環頭大刀, 둥근고리자루긴칼, 84cm)와 녹각병도자(鹿角柄刀子, 작은 칼의 손잡이를 사슴뿔로 만들어 끼운 것)를 두었는데 환두의 위치가 동쪽을 향한 것으로 보아 피장자의 머리 방향은 동쪽을 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머리맡에는 고배(高杯, 높은 다리 달린 잔), 장경호(長頸壺) 등의 토기류와 철모(鐵矛, 쇠로 만든 창), 철부(鐵斧, 쇠도끼) 등의 철기류가 매납되어 있다.

찰갑의 배갑 하단부는 다리를 보호하는 대퇴갑(大腿甲) 등으로 추정되는 소찰(小札, 작은 철편)들이 연결돼 있다.

주검의 발치에서 무사들이 착용하는 만곡종장판주, 굽은 형태의 긴 철판을 세로로 연결하여 만든 투구)와 목가리개(頸甲), 찰갑의 부속류인 견갑(肩甲, 어깨를 보호하는 갑옷), 비갑(臂甲, 팔을 보호하는 갑옷) 등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소찰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마갑, 마주, 갑옷 및 관련 부속구들이 단편적으로 소량씩만 출토되었다.
다만 마갑의 경우 실물로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예가 지난 1992년도에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조사된 함안 마갑총(馬甲塚)에서 있었다.

이번 출토품은 그보다 훨씬 양호하고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갑옷의 경우 지금까지 판갑(板甲, 삼각형이나 장방형의 큰 철판으로 만든 갑옷)은 종종 출토되어 그 원형을 파악하는데 어렵지 않았지만 찰갑의 경우 일부 부속구만이 출토되어 그 존재만이 확인될 뿐, 그 원형은 고구려 고분벽화(안악3호분, 쌍영총, 삼실총, 개마총 등) 등을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쪽샘유적 목곽묘(C10호묘)에서 같이 한 개의 고분에서 마갑, 마주 등의 마구류 일체와 찰갑과 그 부속구 일체인 갑옷류가 함께 출토됐다는 사실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발굴을 통해 고분벽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삼국시대 중장기병의 모습을 실물자료를 토대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4~5세기 신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중장기병대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였을 한 장수의 완연한 모습이 약 1600년 만에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완전한 형태의 마구류, 갑주류 등을 보존처리하여 공개할 예정이며 그 결과는 이 방면의 조사연구 및 복원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남억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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