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다시 빠진 “이승엽 비상구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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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 다시 빠진 “이승엽 비상구가 없나”
  • 김기환
  • 승인 2009.06.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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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일 전만해도 타격의 부활을 알리며 아시아의 대포로서 일본을 호령하던 ‘라이언킹 이승엽(33·요미우리)’의 입지가 다시금 흔들리고 있다.‘인터리그 사나이’라는 별명을 반납해야 할 처지다.

이승엽은 11일 오릭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타율을 0.242로 유지했다.

이승엽은 지난 지바 롯데와 인터리그 경기에서 2회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뒤 한 타석만에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워밍업이 부족했다. 준비가 갖춰진 선수와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지만 코치진 한 편에서는 극심한 타격부진과 벤치의 작전(히트앤드 런)까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문책성 교체라는 말도 흘러 나왔다.

문제는 팀 내 포지션 변화 조짐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이날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오릭스 홈경기여서 퍼시픽리그의 지명타자 룰을 따른 때문이다. 좌익수 알렉스 라미레스가 지명타자로 나섰고, 가메이 요시유키가 외야수(우익수)로 나섰다.

가메이는 1루수 전향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경쟁자다. 스포츠닛폰은 지난 10일 ‘가메이가 이승엽의 대역을 맡을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인터리그 초반만 해도 이승엽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인터리그 두 번째 경기인 5월 20일에서 8호 홈런을 때려낸 뒤 이후 3경기에서 홈런 3개를 보탰다.

2005·2006년에 이어 세 번째 인터리그 홈런왕 등극 가능성이 커보였다. 타율도 0.302까지 올라 리그 4위에까지 올랐다.하지만 현재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 이승엽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보편적인 기술적 이유를 찾자고 하면 바로 상대 배터리의 공 배합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

몸쪽 공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이승엽이 올초 몸쪽 승부의 약점을 과감히 극복하면서 살아나자 이에 투수들은 그 해결책으로 몸쪽 승부를 확연히 줄이고 극단적인 바깥쪽 승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런 바깥쪽 승부구를 잡아당기려는 스윙으로 일관되게 고집하고 있어 타격 히트 포인트가 제대로 맞지 않아 타격 밸런스까지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극단적인 바깥쪽 승부 뒤에는 극단적인 수비시프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승엽의 타석에서는 기존의 3루수가 유격수 위치에, 유격수는 2루베이스 바로 뒷편에 배치되고 외야수들은 외야펜스 바로 앞에까지 가서 수비를 하는 변형수비시스템에 이승엽이 걸려들 수 밖에 없어 다른 타자들에게는 일반 안타성 타구가 수비 정면에 걸려 아웃이 되는 등 타격밸런스에 이은 이승엽시프트시스템의 이중고로 인해 타격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무엇보다도 큰 적은 이승엽의 심리적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드시 해결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한두 차례 잘 맞은 타구가 수비수 직선 아웃이 되다보니 심리적 패닉상태가 찾아와 제 실력을 찾지 못하고 매 경기마다 쌓여가는 자신감 상실과 조바심에 의해 스포츠의 주축인 멘탈리티까지 쉽게 무너져버리는 등 이승엽의 심리적 요인의 하자가 이번 슬럼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의 수렁에 빠진 이승엽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추후 경기일정에 관심이 쏠린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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