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1분당 1명꼴 HPV 관련 암 진단 받아
OECD 33개국선 국가접종에 남성 포함
흔히 여성암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가 남성에게도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은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국MSD가 HPV 백신 '가다실9' 국내 출시 9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HPV 감염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암을 유발한다"며 "최근 남성의 암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HPV 백신 접종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다. 1분마다 1명이 HPV 관련 암을 진단받는 셈이다.
HPV는 잘 알려진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구인두암(두경부암), 항문암, 질암 등을 남녀 구분 없이 유발한다.
특히 작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발표를 보면 한국 남성의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 증가했다.
미국에서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은 이미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구인두암은 연구개, 목젖, 편도, 편도 높이에 위치하는 혀 기저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 전부를 말한다.
이 교수는 "전통적으로 두경부암(구인두암)의 발병 원인은 술, 흡연으로 지목됐으나 HPV가 키워드로 거론된다"며 "HPV에 의한 두경부암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두경부암 환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HPV 감염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HPV는 성관계를 통해 파트너에게 전파된다. 조기 성접촉과 파트너 수의 증가를 HPV 감염으로 인한 구인두암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집중 증가하는 이유론 일반적으로 성접촉자 수가 여성보다 많은 원인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HPV로 인한 남성의 질병 부담과 삶의 질 저하는 과소평가돼왔다"며 "세계 86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국가에서 지원한다. 국내 학계는 남녀 동시 접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HPV 백신 접종 현황에 비해 뒤쳐져 있으므로 남녀 모두 9가 백신 접종을 통해 트렌드를 따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9가 백신 '가다실9'은 만 9~45세 여성과 만 9~26세 남성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및 생식기 사마귀 예방 목적으로 국내에서 허가돼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지에 소개된 연구를 보면 가다실9을 1년 내 3차까지 접종 완료한 9~15세 남아 301명과 여아 971명을 대상으로 접종 후 10년간 장기추적 관찰했더니 남녀 모두에서 3차 접종 후 10년 차에도 지속적인 HPV 항체 반응이 나타났다.
MSD 의학부 양경선 이사는 "최신 백신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통해 남녀 모두가 HPV로 인한 암과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