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 쉬쉬하다 집안싸움 통에 들통 "도덕성 상실 절망스럽다"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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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간 쉬쉬하다 집안싸움 통에 들통 "도덕성 상실 절망스럽다" 비난 봇물
  • 김기환 기자
  • 승인 2009.02.1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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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성폭력 파문 전말

민주노총(민노총)이 작년 12월 핵심간부 K씨가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던 이성행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산하연맹인 전교조 소속 A여교사를 성폭행하려 했던 것을 조직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민노총은 핵심간부의 ‘성폭력 파문’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도부 일부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증폭되고 있다.


피해자 측이 밝힌 ‘그날’

민노총 간부 K씨가 동료 여성 조합원 A씨를 성폭행하려한 사건은 이석행 민노총위원장이 A씨의 집에서 연행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6일 발생했다.

A씨의 대리인단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날 K씨 등 민노총 간부 3명은 서울 영등포구 등지로 A씨를 불러냈다. 여기서 이들은 A씨에게 이 위원장의 도피와 관련된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

A씨는 인권단체 관계자의 조언을 받은 뒤 이들의 말을 따르지 않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그런데 K씨가 강제로 택시에 타면서 성폭행 시도가 시작됐다. A씨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K씨의 성추행은 계속됐다.

A씨는 택시에서 내려 혼자 집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K씨는 아파트 복도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사람을 부르는 등의 이상 행위로 A씨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웃 주민들이 신경 쓰인 A씨는 “그만 돌아가 달라”고 말하기 위해 문을 조금 열었고, 그 사이 K씨가 문을 강제로 밀치고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집안에서 K씨는 여러차례 성폭행을 하려다 A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미수에 그쳤다.

A씨의 대리인측은 “이는 명백히 ‘성폭력과 강간 미수’사건”이라며 “피해자는 정신과 검사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민노총이 발설했다?

피해 여교사의 대리인 측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다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이 최소 3~4주전부터 술자리 등에서 이 사건에 대해 여과 없이 말하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소문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측은 “이 소문은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찰 등에 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민노총이 자신들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는 사안을 일부러 흘리고 다닌 셈이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민노총은 내부적으로 강경파(중앙파, 현장파)와 온건파(국민파)의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강경파 안에서는 현 지도부인 이석행(국민파)위원장 체제의 투쟁방식이 너무 온건하다며 불만을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만이 쌓이던 중 이 위원장의 측근이자 온건파인 간부 K씨가 성폭행 미수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

강경파 측이 올해 말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온건파 지도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이 사건을 외부에 흘렸다는 분석이 많다.

노동계에서는 지난 6일 허영구 부위원장 5명의 자진 사퇴도 자연스럽게 지도부 총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강강파의 전략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민노총 관계자는 “강경파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지도부를 물갈이 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민노총 홈페이지에 비난 글 폭주

민노총 간부의 여 조합원 성폭력 사건과 관련, 민노총 게시판에 수 백개 비판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도덕성 상실과 변질, 지도부의 총사퇴 거부를 질타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성폭행 사태가 몰고 올 진보진영의 위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민노총 조합원이란 게 부끄럽다.”
ID ‘노동자’는 “민주노총은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도덕성을 상실한 조직으로 생각되며 민노총 조합원인 것이 정말 국민들께 부끄럽다”며 “그것도 일반 조합원도 아니고 민주노총 간부라는 자들의 작태라니․․․ 정말 민주노총 이름으로 거리를 누비며 투쟁한 것이 국민들께 정말 부끄럽다”라며 절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ID ‘전노협정신’은 “귀족 노동운동의 말로 아니냐”며 “민노총은 계급을 상실하였다. 민노총 회의구조는 권력유지를 위해 정규직과 대공장의 요구를 우선시하고 있다. 중소기업노조와 일용직 비정규직의 요구는 묵살되고 그저 형식적인 요구수준으로만 반영하고 있지는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공장과 정규직의 요구를 묵살해서는 권력을 잡을 수 없겠지”라며 “하지만 권력은 지극히 정파적이고 옳지 못한 권력이고, 과거 취업을 미끼로 노조가 뒷구녕으로 돈을 받고, 비정규직 입법을 적당히 타협하고 지금의 성폭행까지 양산한 주범”이라고 질타했다.


“MB와 싸우기 위해 두 달간 숨겼다구?”

성폭력 사건을 두 달간 숨기고, 지금도 총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지도부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ID ‘공공연맹조합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이석행 위원장을 향해 “당신의 이야기가 우리 국민들과 조합원들은 더 아프게 한다”며 “차라리 나를 지켜주기 위해 희생했던 여 조합원을 도리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했어야 하거늘․․․”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당신들만이 조직을 안다고 생각지는 마시오”라며 “단 당신들을 믿기에 맡겼던 것뿐이오”라며 거듭 이 위원장을 질타했다.

ID ‘독각귀’도 “민노총이 사고하는 데 사건 이후 꼭 두 달 걸렸다. 사건과 그 이후 조직적 은폐로 피해 여성은 몇 겹의 아픔을 겪었다”며 “정권과 싸우기 위해서 숨겼다고 민주노총 간부가 말했다지만, 정말로 싸우고 싶다면 이번에 했던 것과 정반대로 했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건강하지 못함이 문제를 키우면서 실망을 줬다”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민주노총, 정말 큰 일 하셨습니다.”

이번 사태가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ID ‘본회퍼’는 “진보진영이 하나로 뭉쳐도 귀족화되어가는 구조를 막기 어려운 이 때.. 민주노총은 정말 큰 일하셨습니다. 진보집단에 대한 도덕적 회의를 갖게 했다”고 비아냥댄 뒤, “이것이 나라의 개혁과 진보를 부르짖어온 집단이었나? 개인의 인격부터 바로 잡으라. 집단 내부나 개혁하라”고 질타했다.

ID ‘폭행열사’는 한나라당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거론하며 “성희롱 터진 후 이틀 만에 스스로 공개하는 한나라당이 오히려 착하고 순진하다”며 “민노은 완전히 의도적으로 했잖아? 거기다가 은폐시도까지”라며 힐난했다.

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 등을 놓고 시간을 끌면서 비난여론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좌파매체들도 사설에서 질타

한겨레․ 경향신문 등 친 민노총 신문들도 메인 사설로 민노총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한겨레는 “민주노총, 뼈 깎는 자성과 문책 있어야” 경향신문은 “민주노총이 도덕성이 이 정도인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민주노총의 이런 대국민 사과 내용은 안일하기 그지없다. 성폭력 피해자 쪽이 밝힌 사태의 전개과정을 보면 단순히 교육과 규율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리인들은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며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회유․압박했다고 밝혔다. 또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하겠다고 하고서는, 간부들이 스스로 나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여과 없이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고 한다. 기본적인 도덕성과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이 있는 조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노총의 도덕성이 이 정도였는지 분노가 치민다. (한겨레)

피해자 측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부도덕하고 비민주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피해 여성은 민주노총 간부의 부탁을 받고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자택을 은신처로 제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되자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여성에게 범인도피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 달라는 취지로 거짓진술을 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 중 한명은 자택에 침입해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조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조합원을 벼랑 끝에서 등 떠밀고 짓밟기까지 한 꼴이다. (경향신문)


민노총 성폭력 사건에 진보정치권도 경악

민노총 핵심간부의 성폭력 사건과 민노총 지도부의 조직적 2차 가해 의혹 사건이 진보정치권에도 강력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민트 민노당은 심간한 표정이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진보진영에 있어서 도덕성 문제는 생명과도 같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모든 것을 국민들과 조합원들이 100%납득할 수 있도록 다 밝혀야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최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민주노총 조직적 차원의 책임을 물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지난 5일 “이번 민주노총 성폭행 사건은 한국사회 뿌리 깊은 가부장 사고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면서 “위원장 수배라는 긴박한 상황 앞에 민주노총 여성조합원들이 실천하고자 했던 성평등 원칙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데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일반사회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스스로 자처하면서도 운동사회 내 성폭력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물론 운동사회 전체의 반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성폭력 사태를 빌미로 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앞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을 포함한 현안을 놓고 정부와 첨예하고 대립 각을 세우는 등 노․ 정이나 노․사관계가 더욱 불안한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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