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불량 철강재 유통 차단·포스코 경쟁력 강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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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불량 철강재 유통 차단·포스코 경쟁력 강화 시급”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4.08.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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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국가 철강공단이 자리 잡고 있는 포항은 철강업계 업황보도에 민감하다.

포스코 본사와 현대제철·동국제강의 주요 공장이 자리 잡아 강판에서 특수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업황을 체크한다.

“국내 공급 철강 23%가 중국산(産)”이라는 어두운 소식과 ‘포항공황 활주로 4m 돋우기 이행합의서 체결’이라는 ‘밝은 소식’이 교차했다.

대형시공사의 수도권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철근이 사용되었다는 소문이 사실로 판명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제품 중량이나 규격 미달인 중국산 부적합 철강 제품으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자칫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수도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상들이 중국산 짝퉁 철근을 국내산으로 교묘하게 둔갑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도무지 확인할 것이 없다.

국내서만 최소 수십곳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중국산 짝퉁 철근이 사용되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중국산 철강재들의 저가 공세도 문제지만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짝퉁 철강이 국내 유통시장을 교란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수입 업체들이 국내 대형 철강회사의 룰마크(현대제철은 KHS)를 위조한 중국산 철근을 4000t이나 유통시킨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산 철근 중량은 기준치보다 13% 적어 일반 건설 공사에 사용할 수 없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보통 100㎡ 아파트 경우 5t 가량 철근이 사용되는데 중국산 불량 철근을 사용하면 정상제품보다 650kg 부족해진다.

100가구 아파트 한 동(棟)의 경우 약 65t의 철근이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렇게 아파트가 지어질 경우 하중을 견디는 힘이 부족해 최악의 경우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불량 철근 수입품은 부산·인천 등 국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건설 현장이나 유통 창고로 옮겨지기 때문에 어느 공사 현장에서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짝퉁 철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사용 실태를 은폐한다.

국내 수입 철근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공개한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철근 총량은 22만4000t. 전체 수입 철근 중 8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까지 일본산 철근과 수입 철근 시장을 양분하던 중국산 철근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독보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업계 일각에서 중국산 철근 수입이 급증한 것은 국내 수요업체들의 저가 제품 선호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가 수주가 늘자 철근과 같은 건자재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건설회사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6월 이후 거래되는 중국산 철근은 t당 55만원(직경 10mm 기준)으로 국산 철근과 8만원 정도의 가격차이를 보인다.

중국산 철근의 저가 공세로 3월 이후 국산 철근 가격도 t당 3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저가 중국산 철근의 수입 증가는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철근 제조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철근 판매가 정체되어 국산 철근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철근 제조업체들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KS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중국내 재고가 증가하고 있어 중국산 철근 가격의 추가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저가 중국산의 물량 공세는 철근에 이어 H형강에도 이어진다.

H형강은 주로 건축물의 골조나 토목공사에 쓰이는 철강재로 중국산이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철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이 전체수입량의 92%, 국내 소비량의 37%를 점유하고 있다.

국산 중소형 H형강은 t당 77만원 수준에 거래되지만 중국산은 59만원 정도.

수준 미달의 중국산은 t당 51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H형강이 싼 이유는 석탄과 철스크랩(고철) 등을 자급할 수 있어 원자재 비용이 적게 들고, 중국 정부가 부가세의 9%를 환급해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H형강 시장점유율이 현대제철이 50%, 동국제강이 25%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각각 40%와 20%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산 H형강의 저가 공세에 위기를 느낀 국내 업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21일 동아일보는 정부가 명품산업단지조성을 다짐한 경기도 안산시의 시화복합기술단지에도 건축비 절감을 위해 중국산 짝퉁철강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중국산 H형강은 철의 경도를 높이기 위해 미량의 붕소를 넣어 가공한 것으로 용접이 잘 안 될 수 있고 경도가 강해 부러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적설을 못 이겨내 붕괴된 경주 마우나 리조트도 규격 미달의 H형강이 사용된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국산 불량 철강재 수입과 유통차단이 ‘발등의 불’이 됐다.

중국산 불량 철강제품의 범람은 돈 벌이에 눈이 먼 악덕 수입업체와 암암리에 구매하는 업체들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정부당국도 적극 단속에 나서야 한다.

중국산 불량 철강재가 대거 수입돼 국내 건축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철근·H형강의 유통실태 조사에 착수해 조사결과와 후속조치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제철·동국제강이 중국산 철근·H형강 저가물량공세에 휘청대는 가운데 ‘철강 맏형’ 포스코도 후발주자 현대제철의 급성장 영향으로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현대제철이 현대자동차 그룹의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포스코의 점유율을 인하시키며 도약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이 생산한 쇳물은 대부분 현대차 그룹과 범현대가에서 소화돼 시장점유율 확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철강재 내수 판매 비중 감소가 이어졌다.

2008년 71.2%였던 내수비중이 해마다 하락해 50%대까지 줄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이후 철강본원경쟁력 강화를 강력추진하고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 특유의 경쟁력을 앞세워 위기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판매량이 줄더라도 월드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철강 맏형’ 포스코가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로 새로운 입지를 다져나아갈지 포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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