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진 쇼크 계기로 포항시 간선로 건물 외벽 등 내진(耐震)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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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진 쇼크 계기로 포항시 간선로 건물 외벽 등 내진(耐震) 살펴야”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6.07.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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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 취재국장

지난 10일 유승희 의원(더민주·서울 성북갑)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78년 지진(地震)계측이 시작된 이후 대구·경북에서 총 156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국내 지진 발생 빈도에서 내륙은 대구·경북, 해역은 서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78년 이래 156건이 발생한 대구·경북의 지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2위인 대전·충남 69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강지훈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대구 경북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경주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양산 단층 등에 움직임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며 “또 단층들이 동해안에 많이 분포해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께 울산시 동구 동쪽 521km 해상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발생해 한반도가 흔들렸다.

규모 5.0의 지진에 이어 밤 9시 24분 규모 2.6의 여진이 일어났다.

이번 지진은 올 들어 발생한 35건의 지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우리나라에서 기상 관측 이래 발생한 지진 중 규모 5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4년 4월 충남 태안군 서북서쪽 100km 해역에서 일어난 규모 5.1 지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이번 지진에 전국서 6,697건의 지진 사고가 접수됐다.

국민 안전처는 “접수된 신고 중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며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규모 5~5.9는 나무나 전신주가 흔들리고 오래된 건물의 벽에 금이 가거나 일부가 무너질 수 있는 수준의 지진이다.

최초의 지진 당시 울산 전역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천정과 가구가 심하게 흔들렸고 일부 가정에서는 찬장의 그릇이 쏟아지고, 쇼핑몰 등 다중시설이 흔들려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진앙에 가까운 포항과 경주·부산은 물론, 인천과 서울, 강원까지 진동이 감지됐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음식점과 술집 손님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접객업소 손님들은 전등이 심하게 요동치면서 건물이 흔들리자 “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 느꼈다”며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서둘러 귀가하면서 “한국도 이제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닌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부산 지역 언론들은 “부산 해운대 80층짜리 고층건물이 휘청거릴 정도로 충격이 감지됐다”고 보도했다.

포항에서도 “아파트가 휘청거렸다”며 119와 기상청에 지진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번 울산 지진은 대지진의 전조(前兆)가 아닌가….” 놀란 가슴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과 원자력 발전 20기(基)가 밀집해 있는 울산·경북 동해안 지역과 80층 이상 1개동과 50층 이상 24개동이 밀집한 해운대 마린 시티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었다.

전국을 흔든 이번 지진의 발생 원인을 두고 전문가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대지진의 전조 여부 판단과 직결되는 문제이어서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울산 앞바다에서 지난 2012년에 4차례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2011년 거대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원인이 된 규모 9.0의 일본 대지진 1년 뒤인 2012년 2월 19일부터 27일까지 8일 동안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2.4~3.2의 지진이 4차례나 일어났다.

진앙은 규모 5.0의 이번 지진이 일어난 곳과 비슷한 지점이다.

홍태경 교수(연세대·지구환경시스템과학과)는 “이번 울산 지진은 쓰마마·고토 단층대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일본 쓰시마섬에서 동해로 뻗은 쓰시마-고토 단층길이가 수백km 이상에 달하는 거대 활성단층으로 일본 대지진의 압력이 미치면서 더욱 불안정해졌다”며 “쓰시마-고토 단층대는 동해쪽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안에서 가까운 단층지점에서 지진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쓰시마-고토 활성 단층대와는 무관하다”는 반론도 있다.

지한철 지진센터장(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번 지진의 진원(震源)은 부산에서 포항에 이르는 양산 단층대와 평행하게 이어진 단층으로, 쓰시마-고토 단층과는 지리적으로 멀고 구조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 센터장은 “국내에서 규모 5.5 이하 지진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 한반도에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지진 전문가들은 “한국은 일본과 달리 유라시아판 경계에서 떨어진 ‘지진안전지대’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잔지진이 많은 울진 앞바다와 홍성지역에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활성단층 4~5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의 의견도 있다. 어느 전문가도 100% 안정을 장담 못하고 있다.

경북 동해안은 단층과 암석 연약층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 멀쩡한 백화점이 붕괴되고 한강다리가 느닷없이 절단되는 대형 안전 사고를 경험한 나라이다.

“대형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시민들의 불안은 이번 울산 지진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원전과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가 진도 7.0 이상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구조체의 내진설계가 되어있지만 고층건물의 유리나 타일 등 외장재 등 비구조체의 내진설계는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구조체가 내진 설계가 되어있지 않으면 지진 발생 때 유리나 타일이 깨지고 승강기 고장이나 가스배관 파손으로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간선로의 돌출 간판도 추락해 행인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국민 안전처는 지난 5월 큰 유리, 조명기구, 승강기 등 비구조체 내진 설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도 돌출간판, 대형유리 외벽건축물 등 추락 가능성을 살피고 비구조체 내진 설계 도입 적용 건축물도 점검해야 한다. 또 내진 설계제도 도입 이전에 건립된 낡은 건물들의 보강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울산 지진 쇼크를 계기로 경북 동해안 제일도시 포항의 내진설계 현황과 위험성 여부를 두루 살피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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