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폭염의 연례화에 대비해 각종 대응책 미리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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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는 폭염의 연례화에 대비해 각종 대응책 미리 세워야 한다"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6.08.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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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 취재국장

제7호 태풍 ‘찬투’가 일본 도쿄 북북동쪽으로 이동했다.

일본 북동쪽을 관통한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을 약화시켜 폭염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폭염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주범이다.

장마가 끝나는 7월말부터 광복절전까지 무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불어 넣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확대되었고, 중국 발(發) 열폭풍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 상층 대기로 유입되어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발령되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지난 13일 영천이 낮 최고기온이 39.6℃까지 치솟고 12일 경주는 39.4℃ 한증막 더위를 기록했다.

경산 지역에 40℃를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은 세계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무더운 달로 기록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올해 7월 세계 평균 기온이 1950~1980년 7월 평균 기온보다 0.84℃ 높았다고 발표했다.

NASA가 세계 평균 기온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미국의 기상학자들은 “엘니뇨가 사라진 상황에서 세계 평균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의 폭염 주의보 기준은 33℃이상 최고 기온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경우 발효된다.

4년 후인 2020년 한반도 여름 폭염 주의보가 30일 넘게 지속돼 평소보다 1만여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전행정부 국립재난안전 연구원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0년 발생 가능한 폭염 예측 시나리오를 정리한 ‘미래 안전 이슈’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2020년 여름 시작일이 빨라지고 30일 이상 비 없는 폭염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더위가 한달간 계속되면 세균성 질환, 면역력 저하 등으로 평균 사망치 보다 1만 명 이상이 더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7, 8월 평균 사망자 수는 월 1만8천여명이다.

2020년 여름에는 폭염이 한달간 지속될 경우 이 수치보다 사망자 수가 1만명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악의 폭염 사례로 기록된 1994년에는 7월 16일부터 29일까지 14일간 폭염주의보가 지속되면서 7월 평균 사망자 수보다 1700여명이 더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 달 간 폭염이 계속되면 우선 ‘뎅기열’ 같은 아열대성 질병과 살인사건 발생률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사망자가 급속도로 증가한다.

또 도로 열기로 버스 타이어 폭발, 기차 탈선 등으로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대규모 정전 사태로 냉방기기 가동이 중단돼 고령 인구의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폭염주의보 일수도 현재 10일 정도에서 2050년에는 3~5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장은 “폭염으로 초래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20년 ‘한반도 폭염지옥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펴낸 것은 4년후에 다가올 수 있는 기상 재난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시골마을 어르신들은 “태어나서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열대야로 잠을 설쳐서 비실비실한다”며 오전 10시부터 마을회관으로 달려갔다.

집에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료 폭탄’이 겁이 나서 켜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지난 11일 포항시 북구 기계면 등 지역사회 보장협의체들은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에 시달리는 독거 노인, 장애인 세대 등 취약계층 세대를 방문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폭염 대비 행동 요령을 설명하는 등 재난 구호 활동을 벌였다.

포항시는 폭염 상황 관리 TF팀을 구성하고 재난 도우미 585명을 지정해 취약 계층을 방문토록 했다.

폭염 후유증으로 60대 이상 ‘대상포진’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침범에 송곳에 찔리는 듯한 심한 통증을 안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되는 불볕더위에 면역력이 떨어진 어르신 세대, 특히 독거노인·장애인 세대의 폭염구호 체계를 촘촘히 세워 ‘기상재난’ 대비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5세 이하 어린이, 고혈압·심장병·당뇨병·정신질환 등 만성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은 온열질환 피해가 우려되는 취약계층”이라며 “극심한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감시 체계를 가동해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전문가들은 열사병·열탈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에서도 냉방과 함께 충분히 수분섭취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당뇨가 있는 사람은 더위로 탈수되면 고혈당 쇼크가 올 수 있고 심혈관질환자 역시 피가 끈적끈적해지면서 심장 정지 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전기세 우려로 냉방이 안 되는 집에서 지내는 노인이나 작업장에서 더위와 싸우는 노동자들도 많은 만큼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낮만이라도 냉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가마 폭염은 포항지역 연안 육상양식장 45곳 등 모두 65개 양식장에 고수온 피해를 안겼다.

포항시에 따르면 4개소 육상양식장의 강도다리 만여마리가 폐사했다.

강도다리의 서식 수온은 13~18℃인데 수온이 연일 29℃이상 오르내리는 폭염이 1주일 이상 계속되어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름철 육상양식장에 저층해수 공급이 ‘발등의 불’이 됐다.

닭·돼지사육 축산농가의 폭염피해도 잇따라 축사 단열 처리와 환기시설 개선이 당면과제로 부상했다.

불가마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에 400만명이 쇄도하는 피서 특수를 누렸다.

특히 이번 여름을 앞두고 지난해 개통된 포항역 KTX가 전국에 홍보되고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 포항공항 재취항, 폭염 장기화 등 긍정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남은 개장기간 동안 포항지역 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 숫자는 예년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폭염은 기상이변 재난을 초래하는 동시에 ‘피서특수’를 야기했다.

폭염의 연례화가 예고되고 있다.

폭염이 초래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의 폭염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내년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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