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복제 늑대 ‘스널프’도 폐사, 복제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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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 복제 늑대 ‘스널프’도 폐사, 복제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 <정리=김기환기자>
  • 승인 2009.09.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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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복제 늑대 ‘스널프’(좌) 2~3년 전 폐사한 것으로 알려진 황우석 사단의 국내 첫 체세포 복제 한우 ‘진이’(중)와 복제 젖소 ‘영롱이’(우).
최근 헤럴드 경제는 2005년 서울대가 세계 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복제 늑대 암컷 ‘스널프’가 최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일 서울동물원과 서울대에 확인한 결과 스널프는 지난달 26일 오전 동물원 들소 우리 안에 있는 격리 사육장에서 숨진 채 사육사에 의해 발견됐고 발견 당시 스널프는 직장 일부가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고 입가에 피가 묻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제 동물의 수명이 일반 동물보다 짧고 질병에 약하다는 기존 속설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 최초의 복제동물인 ‘돌리(양)’도 생후 3년부터 잔병을 앓다가 정상적인 양의 수명인 15년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년7개월 만에 사망했다. 복제 쥐 역시 폐렴과 만성 간부전증을 달고 살다 일반 쥐의 수명에 절반도 못 미친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이번에 폐사한 복제 늑대 스널프도 야생 늑대의 평균 수명(10~15)년에 훨씬 못 미치는 3년10개월 만에 죽음을 맞았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복제 동물의 수명이 짧은 이유가 규명되기도 했다. 2007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김진회 교수팀은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복제된 돼지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태반에서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단백질 ‘14-3-3’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이 적게 생성되면 태반을 구성하는 영양막세포의 세포 자살이 유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널프가 태생적으로 야생 늑대보다 육체적으로 약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최소한 발육 측면에서는 정상이었다”고 전했다. 스널프는 2005년 10월 18일 태어나 생후 1년 5개월 만인 2007년 3월 체중 20kg의 건강한 모습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모의원(牟義源) 서울동물원장도 “옆 사육장의 일반 늑대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평소 질병 없이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물원은 스널프의 사체를 발견한 당일 사인규명을 위해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진과 함께 부검을 실시했다. 수의학과 신남식 교수는 “발견 당시 별다른 외상은 없었고 더위 탓인지 장기가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면서 “건강상 문제가 없었기에 세균감염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사인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스널프의 조기 폐사로 국내 복제연구가 위축될 것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신 교수는 “복제기술이 불완전해서 폐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개나 다른 동물들도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가 많기에 이번 일을 과대해석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모 원장도 “야생동물은 종종 돌연사할 수가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한 달 뒤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속단을 경계했다.

한 예로, 황우석 사단이 국내 최초 체세포 복제 젖소와 한우라고 주장한 ‘영롱이’와 ‘진이’의 경우 일반 소들과 비슷한 수명을 살다가 폐사한 것으로 얼마 전 알려지기도 했다. 복제 젖소 영롱이는 1999년 2월 12일에, 복제 한우 진이는 같은 해 3월 27일에 태어났다가 2~3년 전 노화로 인해 자연도태 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박사와 함께 복제소 연구활동을 하는 모 대학 A 교수는 “영롱이와 진이는 일반 소들과 비슷한 수명을 살고 고령으로 자연 도태된 것”이라며 “복제소라서 일찍 죽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5년 10월 한국 늑대에서 얻은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개의 난자에 이식해 세계 최초로 복제 늑대 암컷 2마리를 탄생시켰다. 복제 늑대는 서울대의 영문약자(SNU)와 늑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wolf)를 합쳐 ‘스널프’(♀)와 ‘스널피’(♀)로 이름 붙여졌으며 2007년 4월부터 서울동물원이 맡아 관리해왔다. 스널피는 현재 서울동물원 복제늑대 특별전시장에 있다. 서울대 연구진은 2006년 8월에도 ‘대한’과 ‘민국’ 등 수컷 늑대 복제에 성공해 청주동물원에 위탁 사육 중이며, 복제된 늑대끼리 짝짓기를 하는 ‘복제늑대 자연번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정리=김기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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