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양광 투자 역대치…국내 발전설비 5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난은 우리나라에 원전 드라이브를 더욱 세게 걸었다. 정부는 올해에도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값싼 무탄소 연료인 원자력 발전 확대에 나섰다. 원전은 조만간 발전 비중 1위 자리를 탈환할 전망이다.
다만 원전 살리기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육성은 뒷전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 태양광 설비 증가율이 최근 둔화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투자가 역대급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2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에너지수요전망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이 31.1%로 1위를 차지했다. 원자력은 30.4%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가스 27.9%, 신재생·기타 10.3% 순으로 집계됐다.
우리 발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은 여전히 석탄이다. 물론 2017년 하반기 44.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0%대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대 발전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송전 선로 부족으로 석탄 발전 이용에 제약이 발생한 데다,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맞물려 올해 그 순위가 뒤집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2일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개최된 민생토론회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생태계 온기 회복을 넘어 원전산업 질적고도화를 통해 명실상부 원전 최강국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원전생태계 완전 복원 ▲SMR 선도국 도약 ▲창원·경남을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육성 등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원전기업에 1조 특별금융, 5년간 연구개발(R&D)에 4조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i-SMR 예산 9배 증액은 물론 창원경남을 글로벌 클러스터로 키울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KAI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전력생산량 중 원전 비중은 30.4%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10차에 따라 2036년까지 비중은 34.6%까지 늘어날 것이다.
에경원은 올해 에너지원 중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5% 증가, 석탄은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에 석탄은 30%대 초반, 원전은 20%대 후반으로 1·2위 순위가 역전될 것으로 관측했다.
재생에너지는 주춤한 상황이다. 물론 신재생·기타 발전 비중도 정부의 무탄소 전원 확대 노력에 힘입어 올해 10.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은 세계적인 추세 대비 미진하다는 점에 주목된다.
에경원은 지난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설용량은 전년보다 50% 증가한 507GW로 보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 중 96%를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심지어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태양광 투자액은 2390억 달러(약 318조587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태양광은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5~3.0GW가 설치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는 2.5GW 내외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비중 2위인 바이오의 발전량도 감소했다. 에경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바이오의 발전량은 전년 대비 2.6%p감소했다. 역시 글로벌 바이오 추세와 대조적이다.
에경원은 바이오연료는 브라질 주도로 신흥국에서 확대되며 과거 5년 대비 30%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도로 수송용 바이오연료 부문은 전체 증가의 약 90%를 차지하는 등 계속해서 신규 공급의 핵심 원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발전에서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동시에 재생에너지 육성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태양광 등이 글로벌 추세보다 뒤처지는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국내 태양광 시장을 확대하려면 우선 비용을 줄여 세계 최고 수준인 발전단가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 보조금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며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제조 분야는 물론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분야에 대한 시장 개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