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대투수 재기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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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대투수 재기용해야”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09.11.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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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S맨들이 요즘 무척 바쁘다. 파열사고를 낸 양문형 냉장고의 폭발방지장치를 달아주려고 구입한 소비자들을 일일이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할까.

삼성의 대주주 이건희 전회장이 냉장고 불량사고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후 대노(大怒)했기 때문이다. 이 전회장은 1987년 회장에 취임한 후 줄기차게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1990년초 이 전회장은 LA 한 백화점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삼성TV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싸구려 TV를 생산하는 한 아시아 회사라는 이미지 탈피를 결심하고 ‘신경영 선언’을 구상했다. 1993년 “마누라와 지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이끌어 냈다.

1995년 설날 선물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휴대폰에 문제가 발생하자 이 휴대폰 15만대(당시150억원어치)를 구미공장에 모아 전량 불에 태우는 ‘휴대폰 화형식’을 치뤘다.
1987년 11월 이병철 선대회장이 타계하자 46세의 나이로 바톤을 받은 이건희 전회장에 “호암(이병철 선대회장의 호)만큼 하겠느냐”는 수근거림도 많았다.

안으로 숨고, 한가지에 몰입하는 성품이 거대기업 삼성을 끌어가는데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우가 제기되기도 했다. 수줍고 고독한 사색은 통찰력으로, 뜯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탐구심은 삼성특유의 엔지니어링으로 빛을 발했다.
이회장이 취임한 1987년 삼성그룹 전체매출은 17조원, 이익은 2700억원이었다. ‘이건희 경영’ 20년이후 매출(2006년 기준)은 8.9배인 152조원으로 늘었고, 세전이익은 52.6배 증가한 14조 2000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140조원으로, 수출은 9억 달러에서 73.7배 늘어난 6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의 경이적인 성장에 일본이 경악했다. 지난 2일 닛케이 등 일본의 유력지(紙)들은 “삼성전자가 일본 대표전자업체 9개사의 영업이익의 두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닛케이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경영력에서의 격차가 크다”고 분석하면서 “그것이 여실히 드러나 것이 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와 LCD등의 부품 비즈니스다”고 지적했다. 또 닛케이는 “샐러리맨 경영자들에는 흉내낼 수 없는 오너 경영자의 담력이 고수익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경영의 신(神)” 마스시다를 능가하는 ‘이건희 전설(傳說)’은 어떻게 쌓아갔을까.
경영분석가들은 ‘이건희 신경영’의 핵심으로 ‘메기론’을 제시한다. 미꾸라지의 천적(天敵)인 메기를 미꾸라지 속에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생존을 위해 힘차게 기동하여 힘도 세지고 날렵해 진다는 이치를 경영에 도입해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유능한 메기’ 스타급 최고경영자의 출현을 용인하고 권장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사장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는 것이다.

‘경영의 신화(神話)’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전화사채 등의 저가발행혐의 유죄판결의 계기로 퇴진을 선언했다. 1100억원 벌금을 완납하고 칩거모드에 있다. 이회장은 법정에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삼성전자를 키운 과정을 진술하면서 애착과 회한의 눈물을 비쳤다.
직언을 곧 잘하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삼성반도체를 세계적인 대표기업으로 만든 분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게 맞나”라며 ‘선수 재기용론’을 제기했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부(富)의 불법대물림”을 끊임없이 제기했던 좌파시민단체들의 용인여부가 문제다. 혹자는 “털어 먼지안나는 기업인이 있겠느냐”며 관용론을 제기한다. 일본 IT업계가 역전안타를 노린다. 확실한 마무리투수기용이 당면과제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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