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옥리 주민들의 보조금 착복은 포항시 책임이 크다
상태바
상옥리 주민들의 보조금 착복은 포항시 책임이 크다
  • 김종서
  • 승인 2009.11.28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서취재국장
포항시가 죽장면 상옥에 슬로우 시티(slow city)를 조성하려고 수십억 원을 지원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슬로우 시티(Slow City)는 “불편함이 아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을 주제로 하며, 급하고 빠르게 사는 것보다 천천히 살며.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조화시켜 지속가능한 지구를 추구하면서,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닌 내 이웃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 건강과 행복을 지향한다.

‘자연과 전통을 지키며 느리게 사는 도시’를 조성하려다가 ‘친환경 농업을 내세워 빨리 빨리 돈을 버는 장삿속 도시’를 추진한 꼴이 나타나 시가 체면을 크게 구겼다.
왜냐하면 시당국의 주먹구구식 지원에 편승해 상옥주민들이 거액의 보조금을 횡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12월 완도군 청산도, 담양군 청평면, 장흥군 유치면 등 전라남도 4개 지역이 슬로우 시티로 처음 지정됐다.
이들 4개 지역은 2008년 1년 동안 일종의 준비 기간을 가진 이후 올해부터 민박시설 확대와 행사 등 관련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장흥군 유치면의 경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슬로우 시티 지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채식 위주 식단을 즐기고 쉴 수 있게 한옥 민박촌을 짓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슬로우시티 위원회가 추구하는 것은 ‘손님이 왕’인 농촌관광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인 주객전도의 역발상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관행적인 농촌 민박 사업은 방문객들이 와서 편히 쉬도록 서비스 하느라고 주민들이 힘이 드는 사업이다.

그러나 슬로우 시티에서는 방문객이 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동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해주는 대로 먹고 생활하고 쉬면서 ‘느림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 ‘슬로우 시티’의 진면목이다.
슬로우 시티 주민이 행복해야 방문객들도 따라 살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사업을 관광 정책으로 접근하면 농촌 민박사업으로 전략해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포항시가 관광진흥정책 사업으로 슬로우 시티를 추진하는 모양새를 보여 걱정스럽다는 지적이 있다.
박승호 시장은 지난 4일 상옥친환경 농업지구 현장을 방문해 전통 썰매장 설치와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는 대대적인 (슬로우푸드) 운동 전개를 약속했었다.

겨울철 관광객 유치와 청정 채소 소비 확대를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 비쳤다. 슬로우 시티는 기존의 관광사업 형태로 풀 수 없는 난해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체험과 머무름이 있어야 가능한 녹색 관광 사업이기 때문이다.
상옥 주민들도 ‘인간답게 사는 마을’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업의 주체란 인식도 갖추기 전에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화를 불렀다.

포항시가 충분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행정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청정지역의 친환경 채소 판매 확대가 가장 큰 관심사로만 판단한 듯하다.
이같이 상옥 주민들이 즐길 줄 아는 ‘슬로우 라이프’를 제대로 몰라 보여주지도 못하는데 ‘슬로우 시티’지정이 과연 가능할까?

포항시가 추진하는 ‘슬로우 시티’는 친환경농산물 생산 체험 프로그램에만 집약된 허점을 안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상옥에서 쌈 채소·시금치 등을 수확해 보는 농사 체험이 끝나면 쌈밥 정식을 먹고 오덕리 전통장류 농가와 기계 농협 친환경 쌀 가공 공장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인 수준이다.
단조로운 ‘체험’에다 ‘머무름’도 없다.

포항시의 지원도 친환경 농업에 필요한 농자재를 비롯한 각종 생산 시설에만 집중되고 있으니 한심 그 자체다. 슬로우 시티운동은 개발과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 자연과 전통을 파괴하는 도시적 삶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느리고 단순한 삶을 되살려 인간도 자연도 함께 행복해지자는 제안인 것이다. 상옥 슬로우 시티에는 물 좋고 공기 맑은 청정 지역에서 전통 먹거리를 즐기며 소박하면서도 여유롭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이 투영되어야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상옥 슬로우 시티’는 박승호 시장의 선거 공약 사업으로 오는 2010년까지 시 예산 94억원 투입 계획 아래 57억원 이미 지원됐다.
그러나 친환경 농산물 생산시설 확대에 따라 주민들의 자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보조금을 횡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 주민들의 도덕성에 생채기를 나게 한 셈이다.

포항시는 슬로우 시티 추진을 싸고 속도전 고집을 접고 추진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죽장면 상옥마을을 친환경 농산물만 생산하는 ‘페스트 시티(Fast city)’로 만들 것이 아니라 도시민들이 찾아와 허둥지둥 살아온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슬로우 시티’로 만들도록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