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의 오리알’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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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의 오리알’ 신세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09.11.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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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마포대교 하류 쪽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지점에 밤섬(栗島)이 있었다.
1967년까지 62세대가 들어서 고기잡이와 염소방목을 하면서 살았다. 68년 여의도를 개발할 때 한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제방을 쌓는데 필요한 잡석채취를 위해 밤섬을 폭파 해체했다.

쓸모없는 모래벌판에 윤중제(輪中堤)를 축조해 ‘금싸라기 땅’ 여의도를 만들었다. 국회의사당, 방송사, 각종 금융회사가 입주해 정치·금융의 1번지가 됐다. 한강 치수(治水)의 결정판은 82년 5공(共)정부가 시행한 종합정비사업이었다.

81년 9월 30일 스위스 바덴바덴에서 88올림픽 서울개최를 확정시켰다. 한강수계에 2개의 수중보(洑)를 설치하고 유량확보를 추진했다. 88올림픽 개최이전에 대형 유람선을 띄웠다. 수질은 2급수로 올랐고 물고기는 배가 늘었고 새도 5배가 늘었다.

강(江)은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관리해야 할 대상임을 입증됐다.
지난 22일 광주 남구에서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이 거행됐다. 이명박대통령(MB)과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등 호남지역 광역단체장과 많은 기초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영산강유역은 89년 대홍수 이후 퇴적토가 쌓여 강바닥이 주변의 평지보다 높은천정천(天井川)으로 해마다 침수공포에 떨고 있다.
수질도 계속 나빠져 갈수기에는 4~5급수로 악화되는 ‘죽음의 강’이 됐다. MB정부가 총사업비 2조6천461억원을 투입해 ‘생명의 강’으로 되살려 놓겠다며 정비작업에 나섰다.

전남도민들이 환영하고 단체장이 ‘MB어천가’를 불렀다.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지도부는 ‘대운하 위장사업’이란 이유로 ‘4대강사업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다. 당심(黨心)을 떠나 민심(民心)을 따르는 광역단체장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할 줄 아는 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싫어할까. 지난 7월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MB대통령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가 민주당 지도부의 호된 질타를 받은 김완주 전북지사가 최근 지역여론조사에서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에 반대만하다가 ‘영산강 오리알’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영산강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환영하면서 공사기간 단축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접고 사업과정의 부정부패를 견제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지도부는 민심(民心)과 괴리가 큰 당심(黨心)을 왜 고집할까.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정치는 인정투쟁이다”고 정의했다. 무엇인가 활동함으로써 자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다시 인정받아 발언권, 즉 권력을 확보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는 것이다.

존재감을 과시해 권력을 유지하는 목적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호남을 텃밭삼아 ‘반대 전문업’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일부 정상배들이 참으로도 많은 반대를 했다. 70년 경부고속도로, 80년대 한강종합정비와 인천국제공항, 90년대 KTX반대 등 중요한 국책사업마다 반기를 들었다.

DJ에게 전수받은 ‘반대 유전자’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난 22일 광주 승천보 착공식장의 대형화면에 “청계천도 살리는데 영산강은 왜 못살리겠습니까”란 전남 한 아주머니의 호소가 흘러나오자 2000여명 참석자 사이에서 공감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MB는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전국의 문화, 역사, 생태계의 관광자원을 찾아내고 있다”면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완공되면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국에 걸쳐 아름다운 수변공간이 조성되어 진정한 국토 균형발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영산강 오리알’들의 수심이 깊어갈 것이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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