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위한 ‘대승적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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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위한 ‘대승적 결단’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09.12.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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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이 물산>의 고문 모모세 다다시는 한국에서 39년째 근무하는 한국통이다.
그는 10년 전에 한국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를 담은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책에서 “삼성은 100년이 지나도 소니(SONY)를 따라 잡지못하고 엘지(LG)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공멸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그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성과 엘지는 세계를 주름잡고, 소니는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모모세 다다시는 삼성과 엘지의 대약진 원인을 어떻게 분석할까.
“일본전자기업이 추격당한 결정적 이유는 정부의 강한 규제 때문이다”며 일본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영분석가들은 일본의 자존심 소니 몰락이유로 <모험을 두려워하여 몸을 사리고 의사결정이 너무 느리다>는 것을 꼽는다.

2002년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삼성전자는 근본적으로 부품업체”라고 비아냥거렸다. 기분 나쁘니 경쟁자축에도 넣지 말라는 표현이었다. <한국의 무사>와 세계를 호령하는 <사무라이>는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4년 후인 2006년 삼성전자의 시장가치는 101조원으로 소니의 두 배가 넘었다.
삼성과 소니의 대역전극은 어떻게 해서 빚어진 것일까. 샐러리맨출신으로 소니회장에 오른 이데이가 카리스마가 없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황제에 가까운 강력한 오너 이건희 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전 조직이 절대복종했다.

과감한 투자결정과 스피드 경영으로 소니를 추월했다. 삼성의 질주는 <2현제(賢帝)>인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전회장의 리더십에 의존한 바 크다. 한 대기업회장은 “우리나라에서 GE의 잭웰치가 경영의 신(神)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이병철·정주영의 발톱 새 때만도 못한 수준”이라고 비교평가했다.
두사람의 업적은 광개토대왕에 필적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 두 사람은 5대양과 6대주 곳곳에 시장을 개척해 <한국 상품의 영토>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호암 이병철이 광개토대왕이면 이건희 전 회장은 장수왕에 비견한다면 과찬(過讚)일까.
기업경영에는 수많은 변수가 따른다. 생산·마케팅·인사·조직·재무·기술 개발 등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돌출한다. 여러분야의 돌출변수들을 관리함에 있어 큰 실수가 발생하면 ‘한방에 가는 것’이다. 기업경영은 과학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복잡·정밀한 행위이다.

2007년말 삼성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내부정보와 자료를 들고 나와서는 확인되지 않는 정보까지 합쳐 무한폭로를 해댔다. 그의 폭로에 따라 국회는 특검을 결의하고, 검찰은 무차별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삼성그룹이 뿌리채 흔들리는 것을 보고 극렬 좌파들은 행복에 겨워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이건희 전회장은 조세포탈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 IOC위원으로서 직무도 포기했다. 이 전 회장이 대내외 활동을 중단한지 1년 7개월이 흐르면서 다급해 진 곳이 있다.

바로 체육계와 강원도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과제 때문이다. 강원도 지사가 이 전회장의 사면·복권을 건의하고 경제계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좌파들이 ‘세기의 반칙왕’을 올림픽 유치한다고 사면할 수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또 ‘용산참사’와 극단적인 대비를 하면서 ‘유전무죄(有錢無罪)국가’의 수립을 선포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공동체 이익을 위해 사법적 정의의 뒷문을 열어놓는 것이 ‘사면과 복권’이다. 빈부의 극단적 대비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이 전회장을 옭아매야 옳은 것일까. 그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국익을 위해 다시한번 작동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승적 결단’이 될 것이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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