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축배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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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축배를 들어라”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0.01.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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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새해 벽두부터 포항의 연고기업들이 재계(財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일 “사모펀드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포스코·동국제강 등 국내외 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MA(기업인수합병)시장서 초대형 매물로 꼽히는 ‘대우3형제’중 하나인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이 ‘삼켰다가 토해놓은 매물’이다. 마지막 남은 호남기업으로 지난정권의 ‘최대 수혜자’라고 지목받던 금호그룹이 2006년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잇따라 인수하여 재계8위로 도약했다.

금호가 대우건설인수에 들인 돈은 무려 6조 4224억원.
‘실탄’이 넉넉지 않았던 금호는 국내외 금융기관에 손을 벌렸다. 대우건설주식 39.6%를 담보로 내놓고 3조 5천억원을 빌렸다.

인수자금 절반가량을 채권단의 자금으로 충당하는 대신 풋백옵션이란 족쇄를 스스로 찼다. 3년 후인 2009년 12월 15일 대우건설 주가(株價)가 주당 3만 1500원을 밑돌 경우 채권단이 갖고 있는 대우건설 주식을 이 값에 사준다는 계약을 맺었다.

작년말 대우건설 주가는 1만2천원대에 그쳤다.
채권단이 풋백옵션을 행사하자 4조원이 펑크났다. 금호는 백기(白旗)를 들었다. 무리하게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던 금호는 ‘승자의 독배’를 마신 대표적 기업이 됐다.

금호그룹 CEO 박삼국 회장의 치명적 오판(誤判)은 금호그룹을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2008년 포스코는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려 대우조선 일수전에 나섰다가 양측의 막판협상결렬로 본 입찰 참여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 이때 우선협상 대상자가 된 그룹은 ‘한화(韓化)’였다. 한화는 6조원 인수가격을 제시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걸었다.

한화는 자금마련에 실패해 인수를 포기하고, 이행보증금 반환을 싸고 산업은행과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인수전 참가에 실패했던 포스코는 ‘패자의 축배’를 든 것일까.

대우조선은 작년들어 업황부진으로 작년말까지 8억달러규모의 선박수주에 그쳤고 마이너스였던 순 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도 작년 상반기에 1조 2578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한화와 매각협상때보다 기업가치가 절반정도로 떨어졌다고 평가된다.

‘포스코의 실패’는 ‘패자의 축복’으로 판명되고 있다. 포스코의 현금유동성은 작년 상반기 5조 822억원으로 추정됐다. 실탄을 많이 비축한 포스코는 MA시장에서 최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대우인터내셔날(구 대우)’ 인수참여를 확정했다. 증권사들은 포스코의 MA시장참여에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간 3천만톤의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포스코가 인도까지 포함한 5천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경우, 새로운 해외판로 개척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라며, 대우인터내셔날은 해외판매확대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국제강은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회장선임 10년째를 맞는 장세주 회장은 건설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장회장은 2008년 7월 쌍용건설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석달이후 터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인수를 포기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올 해 철강업계의 주요이슈중 하나는 신사업 발굴이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나 동국제강의 MA시장 참여는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모멘텀이 될 가능성은 높다.

‘승자의 독배’는 MA시장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에게 불행이 닥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포항의 연고기업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MA시장에서 ‘승자의 축배’로 평가되는 모멘텀을 갖기를 기대한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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